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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한파에도, K라면은 팔팔 끓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에 관해 물었다.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놨다.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음식 먹기 도전이다. 극도로 매운맛으로 유명한, 삼양 불닭 볶음면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라면(Korean instant noodle)을 먹는 것을 포함한다. 많은 사람이 챌린지를 시도하고 촬영해, 종종 SNS에 영상을 올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튜브에서 검색했더니 크리에이터 ‘영국 남자’로 유명한 조시가 촬영한 불닭 볶음면 챌린지(조회 수 1110만회)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올린 영상이 쏟아졌다. 지난해엔 한류 스타 BTS 멤버 지민이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끝까지 볶음면을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려 화제가 됐다.

라면에서 짜장·불닭볶음면까지, 미국·중국·일본에서 중동·아프리카까지 ‘K-라면’ 바람이 분다. 다양해진 메뉴와 수출국만큼이나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30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즉석 면류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즉석면류(라면 등) 수출액은 8억62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봉지면(120g) 기준 약 21억개 수준이다. 전년보다 12% 늘어 역대 최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즉석면류 수출액은 ‘2011년 2억 달러→2019년 5억 달러→2022년 8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4년부터 매년 최고 수출 기록을 경신하는 등 호조세다. 올해 1~2월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19% 상승해 ‘역대 최대’ 풍년을 기대하고 있다. 한창령 관세청 정보데이터기획담당관은 “면류 요리에서 강점을 보여 ‘세계의 식당’으로 불리는 중국에 이어 수출액 기준 세계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상품과 지역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먼저 수출 품목이 일반 라면에서 짜장면·볶음면·할랄(이슬람 허용) 라면으로, 최근에는 생면·우동·국수까지 다양해졌다.

수출 지역도 다채로워졌다. 아시아·북미·유럽뿐 아니라 최근에는 한국 음식의 불모지로 꼽힌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관세청은 즉석면류 수출국이 2019년 136개국서 지난해 143개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수출국 ‘톱3’는 중국(1억9100만 달러)·미국(1억2000만 달러)·일본(6800만 달러)이 굳건했지만 4위인 필리핀·네덜란드(3400만 달러)부터는 말레이시아·대만·태국 등과 최근 3년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다.

올해는 국내 ‘1호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한 지 60주년 되는 해다. 1963년 당시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잔반과 음식물 쓰레기를 끓인 탕(일명 꿀꿀이죽)을 사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전중윤 당시 삼양식품 창업주가 서민 음식으로 개발했다.

라면의 선전은 지난 2월까지 5개월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무역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라 더 두드러진다. 라면 업계 1위 농심의 미국·중국 등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라면이 수출 실적에 잡히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팔린 라면은 연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라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독창성(오리지널리티)을 살린 매콤한 맛이 기본이다. 한국 라면 회사는 할랄 라면 등 현지화한 제품도 출시하되 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과 식감, 용량을 지킨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한류(韓流)가 K-푸드(한국 식품) 수출 전반에 날개를 달아준 측면도 있다. 한류스타 BTS는 물론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라면도 함께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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