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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사용량 10% 줄여라”…대만 반도체업계, 가뭄에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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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근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대만의 양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의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대만의 양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의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다. 기후변화로 최근 몇 년 새 수자원 고갈이 심화하자 ‘물 사용량 줄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거세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역시 대만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남부에 위치한 서던 사이언스파크(과학산업단지) 측은 최근 이곳에 들어선 업체들에 30일부터 물 사용량을 10% 줄일 것을 요청했다. 앞서 TSMC, UMC(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 등이 들어선 남부 공업 도시 타이난과 새로운 반도체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가오슝에선 이번 달부터 야간에 공공 상수도의 수압을 낮추는 절수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반도체 산업에서 물이 핵심 자원인데도, 공업용수를 조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기후변화로 수자원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었던 지난 2021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만에선 정부 차원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고 급수차를 상주시키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글로벌 시장 전체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최근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대만의 양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UMC의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대만의 양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UMC의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업체들은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 소비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TSMC에서만 하루 9만 9000t의 물을 소비한다”며 “물 사용량은 점점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만 반도체 업계들이 ‘기후 탄력성(Climate Resilience)’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뭄·폭우·폭염 등 자연재해 속에서 살아남을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SMC가 지난해 공업용수 재활용을 위한 재생수 공장을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대만 정부 역시 ‘물 부족’을 반도체 업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문제로 보고 새로운 저수지 조성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싱크탱크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은 “수자원 보호·개발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지켜야 하는 대만에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TSMC(60%), UMC(6%)가 전 세계 위탁생산 반도체의 약 66%를 점유하고 있어서다. FT는 “반도체 제조 허브인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 미국과 중국도 이곳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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