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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교통로·군사시설까지 한눈에…22첩 병풍식 지도, 펼치면 4m×7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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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해 국내에 들여와 30일 공개한 대동여지도. 동여도의 정보가 추가된 게 특징이다. 목록 1첩과 지도 22첩 등 모두 23첩으로 구성됐다. [사진 문화재청]

일본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해 국내에 들여와 30일 공개한 대동여지도. 동여도의 정보가 추가된 게 특징이다. 목록 1첩과 지도 22첩 등 모두 23첩으로 구성됐다. [사진 문화재청]

일본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된 조선 시대 대동여지도가 국내로 들어왔다. 이번 지도는 기존 대동여지도에는 없던 조선 시대 교통로나 군사시설 등 지리 정보를 손글씨로 추가한 일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동여도를 이용해 보완한 건데, 이런 형태의 지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조선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밝혔다.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1861년과 1864년(재판)에 만든 22첩의 병풍식 지도다. 당시 간행 부수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재 30여 점의 판본이 국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개의 조각으로 구성돼 병풍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이 지도는 전체를 펼치면 그 크기가 가로 4m×세로 7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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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동여도의 지리 정보를 베껴 넣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목판으로 찍어내는 대동여지도와 달리 동여도는 손으로 한땀 한땀 그린 필사본 지도다. 동여도에는 조선 시대의 교통로, 군사 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약 1만8000개의 지명이 담겨 있다. 한반도의 윤곽, 도로망 등이 대동여지도와 비슷해 학계에서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전 동여도를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일본에서 발견해 이번에 들여온 대동여지도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동여도 정보를 필사해 넣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기혁 부산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는 “필사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써넣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지 특정할 순 없지만, 4점밖에 없는 동여도에 접근할 수 있었던 만큼 고위층 인물이었을 것”이라며 “동여도를 필사한 사람의 필체는 김정호 필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대동여지도 위에 추가로 지리 정보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 “대동여지도는 목판본이라는 한계 때문에 많은 지명이 생략돼 있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동여도의 지리 정보를 필사해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여도(지명 1만8000개)에는 대동여지도(지명 1만1000개)보다 많은 지명이 담겨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번 대동여지도를) 무역상인 등이 썼으리라 추정된다는 자문단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예컨대 이번 대동여지도에는 조선 국경에 위치한 백두산정계비와 주요 군사시설 간 거리가 표기돼 있다. 또 울릉도 일대가 묘사된 14첩에는 울릉도행 배가 떠나는 위치가 적혀 있다. 모두 기존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던 내용이다.

문화재청은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합친 지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조선의 지도 제작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연구 자료”라며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변화된 형태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고서점이 이번 대동여지도를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자료 검토와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복권기금으로 지도를 구입했다.

이번 대동여지도의 일반 공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단 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한 뒤, 추후 전시 일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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