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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상품·유모차’ 성차별적 표현, 이젠 쓰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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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3월 회의가 지난 28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김준영(전 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 주재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한 달간 보도된 중앙일보 콘텐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이젠 딸 낳고 싶어 둘째·셋째 갖는다’(2일자 1면)엔 딸을 낳으려고 ‘딸 낳는 비법’을 다 따라 해봤다거나 아들은 키우기 힘든데 딸은 비교적 쉽다는 다소 당혹스러운 내용의 인터뷰가 있다. 그리고 출생성비(출생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낮아진 이유를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과 김후남 상록수요양원 원장 인터뷰로 설명했는데, 아플 때 아들보다 딸이 더 잘 돌본다는 내용이다. 이분들의 전공이나 소속을 고려하면 이런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걸 성비가 낮아진 이유라고 하기엔 불편한 부분이 있다.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본질적인 이유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성차별적인 표현이 기사에 담긴 경우도 있었다. ‘자칫하면 ‘맘충’ 소리 듣고, ‘노키즈존’ 찬성하는 사회서 무슨 아이를…’(18일자 중앙SUNDAY 12면)에서 ‘유모차’라는 표현이 나온다. ‘유아차’로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위기 속 질주 수출액 반도체 추월’(21일자 1면)에선 ‘효자 상품’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가부장적 문화의 흔적이 남은 단어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거야, 방송법 본회의 직회부 강행…여당 “공영방송 장악 의도”’(22일자 12면) 기사는 방송법 개정안이 왜 방송 장악이라는 건지 자세한 설명 없이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라고 보도한 건 다소 이해가 안 된다. 또 기사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청문회도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중대한 사안을 왜 입법 독주 카테고리에 묶는지 의문이 든다.

독자위원회

독자위원회

칼럼 ‘이인규, ‘협박 수사’가 자랑인가’(22일자 30면)는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였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회고록에 말도 안 되는 표적 수사, 협박 수사 경험을 써놨는데 이를 아주 속시원하게 비판한 기사였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지난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로 한·일 관계 관련 기사가 3월 내내 매우 많이 나왔다. 윤 대통령 스스로 지지율 감소를 각오한다고 했는데, 부정적인 기사가 많은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언론의 역할은 윤 대통령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될지 집요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한·일 관계를 보다 큰 시각에서 접근한 ‘한·일 관계 복원 뒤 요동치는 정세…동북아 ‘내 편 찾기’ 가속화’(22일 디지털)와 ‘바이든 노선 따라서 우크라 갔다…G7 존재감 키우는 기시다’(23일 디지털)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한·일 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독자들에게 보여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3월이 신학기 시즌이다 보니 중앙일보에서 지방 대학의 위기를 집중적으로 다뤄줬다. 한국 대학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관심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지방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렴움을 설명하고 비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대책에 문제의식을 가진 기사는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23세에 사고, 23년 뒤 모교로 “지난 사고와 잘 헤어지는 중”’(2일자 16면) 기사가 가장 좋았다. ‘사고와 헤어지는 중’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내용이 자세하게 기사에 소개됐다. 힘든 상황을 이겨낸 활기찬 모습이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지방에 살다 보니 ‘서울·부산 경쟁력 상승세…매력 도시 더 나와야’(3일자 23면)와 같은 기사에 관심이 쏠린다. 지방 소멸 우려가 커져서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출산율 제고 정책 등 하드웨어적인 방식을 주로 추구해 왔다. 그런데 기사는 지방 도시의 매력도를 높여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정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지방 소멸을 막는, 어떻게 보면 소프트웨어적인 해법을 제시했는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4일자 중앙SUNDAY에 보도된 원도연 튀르키예 긴급구호대장 인터뷰 기사(‘지구 종말 같은 지진 현장, 한 명이라도 더 못 구해 죄송’, 27면)가 좋았다. 한국이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위상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기사였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인터뷰였다고 본다.

‘자립청년 벼랑끝 외침 “내 고민좀 들어주세요”’(20일자 1면)는 자립청소년들이 결국 자립할 수 없게 하는 사회의 편견을 절감할 수 있었던 기사였다. 또 저출산으로 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립청소년들을 잘 활용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사여서 높게 평가한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위원장=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의 취약점은 없는지 점검하는 기사가 나왔으면 했는데 마침 ‘주담대 연체 작년 55% 급증, 1조원 넘었다’(27일자 1면)가 나왔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경제적 위험이 불거질 때 우리의 취약점들도 같이 엮어 주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또 이 기사에는 연체율 등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데이터만 나와 있는데,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도 담아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저출산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한국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니까 부정적인 시각의 기사가 많이 보도된다. 그런데 앞으로는 저출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 등 좀 희망적인 분석과 보도도 나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출산율이 1.0 이상 되는 지역도 있는데 그런 곳의 이야기도 다뤄줬으면 좋겠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광고물법 바꿨더니 비방 현수막 판친다’(2일자 4면)는 지난해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치 현안은 시·도지사 허가 없이 현수막을 내걸 수 있게 되면서 비방 현수막이 늘어난 걸 지적하는 기사였다. 매일 주변에 어지럽게 걸린, 원색적 비난을 담은 현수막을 보면서 염증을 느끼던 차에 시의적절한 문제제기였다고 본다. 이후 10일자 18면에 실린 ‘‘거리 공해’ 된 정당현수막, 참다 못한 지자체 가위 든다’는 기사를 보니 중앙일보가 좋은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양곡법으로 쌀값 안정시킨다지만…전문가 “과잉생산 심해져 하락 우려”’(24일자 8면)는 쌀 과잉 생산과 재정 부담 등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온당해 보였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위기, 탄소중립 이슈로 농축산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수급 문제와 같은 각국의 식량 확보 문제 등의 시각을 풍부하게 기사에서 다뤘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으로 본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통합 시간제보육’ 반년…부모들 “2~3시간 맡길 수 있어 좋아”’(15일자 16면)는 정부가 정원 미달인 어린이집에서 시간제보육 이용 아이를 기존 반에서 통합 보육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한 효과를 다룬 기사다. 제도의 취지와 장점이 어린이집과 부모 입장에서 잘 드러난 좋은 기사였다.

‘항일보다 독립 강조 일본엔 파트너 선언’(2일자 1면)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를 다뤘다. 각 언론에서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사실에 입각한 정보 전달에 충실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비판적인 태도를 배제한 것처럼 보여 크게 아쉬웠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기획기사 ‘출산율 0.78의 나라’(8~10·13일)가 특히 좋았다. 기존 기사들에는 이론가나 행정가들의 분석이 대부분이어서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 기획기사는 다양한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아 이해도와 신뢰도 모두 높았다. 다만 기획기사가 뒤로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사진 활용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조민,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재판 출석’(17일자 12면)은 기사는 세 줄인데 사진은 지면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조민 씨 외모가 네티즌 사이에서 이슈가 됐는데, 그걸 염두에 둔 건가. 사진을 너무 크게 실은 건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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