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태웅 감독의 속내, "외국인 감독 더 늘어날 텐데…자존심 지키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대한민국 하늘엔 대한민국의 태양이 뜨길 바라서 제가 조금 예민했습니다."

30일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1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이 득점하자 기뻐하는 최태웅 감독. 연합뉴스

30일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1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이 득점하자 기뻐하는 최태웅 감독. 연합뉴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최태웅(47) 감독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수차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현했다.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먼저 잡은 뒤 접전이 이어지던 2세트에서는 상대 벤치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최 감독은 "내 기준으로는 반칙이라고 생각한 행위가 반칙으로 불리지 않는 장면이 보였다. 내가 어필을 해서라도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4시즌 만에 챔프전에 올라왔다. 플레이오프를 힘겹게 통과한 뒤 3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과 첫 대결을 펼쳤다. 1세트를 25-20으로 승리하면서 기선을 제압했지만, 2세트와 3세트를 나란히 23-25로 아깝게 내줬다. 결국 4세트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최태웅 감독은 "(대한항공이 우승하던) 지난 두 시즌은 내가 챔프전에 없어서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은 내가 직접 경험하다 보니 외국인 감독에 대한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며 "최근 여자부를 봐도 그렇고, 앞으로 외국인 감독이 더 늘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 감독들이 이전과 똑같이 하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자존심을 좀 지키고 싶다"고 토로했다.

30일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을 지휘하는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 뉴스1

30일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을 지휘하는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 뉴스1

실제로 대한항공은 로베르토 산탈리 감독(2020~2021시즌)과 틸리카이넨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두 시즌 정상에 올랐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 2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여자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흥국생명도 시즌 중반부터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끌고 있다. 여자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아헨 킴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추후 새 감독을 찾아야 하는 팀들이 외국인 사령탑에게 눈을 돌릴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8시즌째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최태웅 감독은 이런 상황이 아쉽다. 최 감독은 "외국인 감독에게 3년 연속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넘겨준다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심기일전해야겠다는 마음"이라며 "상황이 어렵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자존심을 지켜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 2차전은 다음달 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