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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353%' 위태로운 질주? …시총 현대차 육박한 이 그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53%.
코스닥에 상장된 에코프로 주가의 올해 상승률(30일 종가 기준)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의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상승세는 거침없다. 30일에도 장 중 53만1000원까지 뛰었다가 오름세를 되돌리며 49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연초 이후 이날까지 142%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 3형제' 중 하나인 에코프로에이치앤 주가도 66% 상승했다.

'에코프로 3형제'의 폭풍 상승에 개미는 ‘위대한 질주’라며 환호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단기간 주가 과열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외국계 기관에서는 에코프로비엠 관련 ‘매도’ 리포트까지 나왔다. 국내 증권사도 이례적으로 ‘중립(Hold)’ 리포트를 냈다. 증권가는 '에코프로 3형제'에 대해 ‘현재 주가는 논리적 설명이 어렵다’고 할 정도다. 위태로운 질주란 것이다. '에코프로 3형제'의 상황을 숫자로 살펴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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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익률 353%  

'에코프로 3형제'의 수익률은 약세장인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에코프로는 연초(1월 2일 기준) 11만원에서 30일 기준 49만8500원으로 353% 올랐다. 에코프로비엠도 같은 기간 9만3400원에서 22만650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한 때 동학개미의 원픽으로 꼽혔던 삼성전자가 이 기간에 13.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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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시가총액 35조
'에코프로 3형제'의 시가총액(시총)은 웬만한 대기업을 제쳤다. 30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은 22조1520억원, 에코프로의 시총은 12조8603억원이다. 코스닥 시총 1위와 2위를 꿰찬 두 회사만 합쳐도 시총이 35조원을 넘는다. 에코프로에이치앤 시총은 1조1463억원이다.

이미 네이버(32조9749억원)는 제쳤고, 현대차(38조3295억원) 시총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총 2위였던 에코프로비엠은 1위로 올라섰고, 에코프로는 기존 7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개인투자자의 에코프로 형제 사랑에는 나름의 이유가 충분하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하면 함께 성장할 대표적인 산업이 2차전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 2차전지 기업들이 퇴출당할 시 수혜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2차 전지는 한국에서 제2의 반도체”라는 믿음까지 퍼지고 있다.

여기에 공매도에 대한 반감도 매수세와 주가 상승을 거들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과열 양상이 이어지자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 공매도 물량이 대거 늘어났지만 개인투자자의 강력한 순매수가 이를 누른 모양새다. 외국인과 기관이 쓰는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많은 롱숏펀드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과열이라 판단해 숏(하락에 배팅)을 걸었다가 손실을 보고 나온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숏스퀴즈(급격한 공매도 청산에 따른 가격 급등)'가 발생해 주가가 더 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③꺾인 대차잔고, 개미의 승리?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다섯 차례나 지정됐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도 같은 기간 여섯 차례 공매도 과열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에 대한 공매도는 최근 줄어든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 때 에코프로의 대차잔고가 300만주에 육박했으나, 지난 29일 기준 242만주로 250만주 아래로 내려왔다. 에코프로비엠의 대차잔고도 공매도가 왕성하던 이달 중순 1300만주보다는 확연히 준 1156만주를 기록하고 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상당수가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쓰인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과열됐던 지난달과 이달 초를 비교하면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와 대차잔고가 급감했다”며 “지난 15일부터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이 해제된 만큼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공매도를 박멸했다’ 식으로 확신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④개인은 매수 1~2위, 외국인은 매도 2~3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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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에 대한 개인과 외국인의 시각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개인은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 전지 주를 이달 들어서도 대거 매수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반대로 팔고 있다.

지난 2일~29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2차 전지 일색이었다. 순매수 종목 1·2위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다. 개인은 각각 8253억원, 702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3위는 포스코홀딩스(4156억원 순매수)다.

반대로 이 세 종목은 외국인 순매도 종목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에코프로(4788억원 순매도)를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았다. 이어 포스코홀딩스( 4082억원 순매도)와 에코프로비엠(3199억원 순매도) 순으로 많이 팔았다.

과열된 주가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축소'를 제시했다. 목표가는 현재가보다 43% 이상 낮은 13만원으로 제시했다. 최근 주가 상승이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모건스탠리는 "에코프로비엠이 하이니켈 시장 지위와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한국의 주요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고객들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같은 날 유진투자증권도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현재 주가(22만6500원)보다 낮은 20만원을 제시했다. 매도 리포트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 ‘중립’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병화 연구원은 “전망을 낮춘 건 펀더멘탈 이슈가 아니다”며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해, 미래 이익을 반영해서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이날 에코프로비엠의 목표 주가를 31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 말까지 구축하기로 한 양극재 생산능력 71만t 달성이 오는 2026년 말로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 보다 더 빠르게 오른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는 지난달 삼성증권 보고서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잇따른 경고에도 '에코프로 3형제'의 질주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롱숏펀드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관계자는 “현재 에코프로 관련 상황들은 과거 개미들의 지지를 받고 올랐던 셀트리온을 연상시킨다”며 “셀트리온 랠리도 꽤 오랜 시간 지속한 만큼 에코프로 관련 주가 강세도 역시 1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언제 꺾일지 알 수 없는 불안한 랠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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