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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카카오 7월부터 재난관리 의무…‘제2의 카카오 사태’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오는 7월부터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정부의 재난관리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카카오 먹통 방지 3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일부개정안)의 시행령이 마련되며 대형 플랫폼 기업에도 재난 예방을 위한 관리 의무가 생겼다.

무슨 내용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30일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안정성 확보 의무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재난 관리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넓힌다. 지금까지는 가입자 수 10만명 이상 또는 회선 수 50만명 이상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 방송사 등)만 대상이었는데, 앞으로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발생 트래픽 비중 2% 이상인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도 포함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화재 예방과 안정적 전력 공급 노력을 해야 하고, 부가통신사업자는 핵심기능을 다중화(각종 자원을 이중 혹은 그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할 의무가 생긴다. 이들은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재가 가해진다.

왜 중요해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서비스 안전성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서비스 안전성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의 대규모 서비스 장애 이후 ‘민간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던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안정성에까지 관여할 수 있는 고삐를 쥐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 플랫폼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율규제’를 강조했으나 카카오 사태를 기점으로 기류가 변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8일 네이버에 대해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며 공개 저격하기도.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중화나 서비스 안정성 문제는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도 대비하고 있다”며 “민간 기업 운영의 영역을 정부가 들여다보겠단 건데, 대비를 하는 것과 정부가 감독하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누가 해당하는데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수나 트래픽 기준 중 하나만(or) 충족돼도 정부 재난관리 대상이 된다. 202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에 따른 기준보다 대상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법은 ‘하루 평균 사용자 100만 이상이면서 국내 트래픽 점유율이 1% 이상’이라 두 개 모두를 만족해야(and) 대상이 되기 때문. 일단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상이 될 예정이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네이버의 일평균 이용자수(DAU)는 2347만 명, 카카오톡은 3443만 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외에 트래픽 기준을 넘어서는 구글, 넷플릭스 등도 해당할 거라고 예상한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어떤 사업자가 해당하는지는 기준에 따라 정확히 측정해봐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7개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업자 중 최대 운영 가능한 전산실 바닥면적이 2만2500㎡ 이상이거나 수전용량(전력공급량)이 40MW 이상인 대규모 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대상이다. 10개 내외 사업자가 포함될 예정이다.

기업의 반응은 어때

네이버와 카카오는 공식적으로는 “정부 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외 빅테크들과의 역차별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 등 국내에 메인 데이터센터가 없는 해외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콘텐트전송네트워크(CDN)을 통해 한국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경우 등 사업자마다 서비스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대상에 포함할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타트업계에서는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또는 트래픽 양 비중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 중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사업자는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DAU 400만 명이 넘는 배달의민족이나컬리, 당근마켓 등 스타트업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익명을 원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제하려고 만든 법안이면서 이 조항이 붙은 건 아이러니”라며 “통신재난관리심의위도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순식간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과기정통부는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과 관련한 조항을 통합해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등의 종합적인 재난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디지털서비스안전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데이터센터 재난을 막기 위해 배터리실 내 전력선 포설 금지 등을 담은 ‘집적정보 통신시설 보호지침’ 세부 기준 개정에 나선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센터·부가통신서비스 재난 대응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마련한 디지털 안정성 강화방안을 철저히 추진하겠다”며 “디지털서비스 재난 예방과 대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