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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상하이협력기구 합류…美 우려 속 中과 밀착 행보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중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공식 합류를 결정했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사우디는 최근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 내각은 살만 빈압둘아지즈 국왕이 주재한 회의에서 "사우디는 SCO의 대화 파트너(dialogue partner)가 됐다"고 밝혔다. 대화 파트너는 SCO 정회원국 자격을 부여받기 전 첫 번째 단계로, 향후 관계 발전에 따라 정식 가입국이 될 수 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출범한 다자 협의체다. 당시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정회원국이었는데, 현재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정회원국으로 추가 가입했다. 2017년부터 옵서버로 참여해온 이란은 지난해 정회원국 가입을 위한 절차를 마쳤다. 대화 파트너 지위국엔 사우디를 포함해 카타르·튀르키예 등 9개국이 속해있다.

대다수 회원국이 반미 연대를 강화하는 중국·러시아의 우호국으로, SCO는 서방의 집단 방위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맞서는 세력권을 형성하게 됐다. 본부는 베이징에 있으며, 중국의 외교부 부부장 출신인 장밍(張明)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사우디 내각의 SCO 합류 결정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우호 관계를 다지며 전화 통화를 나눈 다음 날 발표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때 사우디의 SCO 가입 논의가 시작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오는 5월엔 SCO 회원국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있다.

사우디는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도 밀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지난 2021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873억 달러(약 113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엔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가 중국 민간 석유화학 회사 지분을 36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에 인수하겠다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7월 중동순방 도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7월 중동순방 도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에 이어 사우디까지 SCO에 합류함에 따라 중동에서 중국의 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10일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의 새로운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키워가고 있다. CNBC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미국을 견제 중인 중국에, 사우디의 이번 결정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이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오랜 우방국인 미국의 역내 입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걸프 지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교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동방으로 외교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를 미국이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사우디의 SCO 합류 소식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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