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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권도형 인도 요청 한국이 먼저”…미국과 압송 경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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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구금 중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관련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현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30일 반박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코바치 장관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면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는 언급은 없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일단 한국이 먼저 인도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현지 기자회견에서 한국·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에 관해 언급이 없었다”며 “현지 언론의 오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도형(오른쪽)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현지 당국에 체포돼 호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권도형(오른쪽)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현지 당국에 체포돼 호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검찰 등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4일 권 대표 체포 소식이 전해지고 신원이 최종 확인된 직후 관련 절차를 밟아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하루 뒤인 지난 25일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고 한다. 앞서 권 대표가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세르비아로 입국한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와 관련해 확답하지 않았다. 전날 유튜브에 공개된 코바치 장관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면, 코바치 장관은 “한국 외교부와 몬테네그로 외교부 그리고 법무부 관계자와 미팅이 있었고, 이후 이들 두 명(권 대표,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한국인 범죄자에 대한 인도 요청이 있었으며, 권도형에 대한 미국의 인도 요청 또한 있었다”며 “싱가포르는 아직 요청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의 수사 상황과 범죄인 인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의 수사 상황과 범죄인 인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바치 장관은 이어 “여러 국가로부터 인도 요청이 있기 때문에 범죄의 중한 정도, 범죄가 벌어진 장소, 인도 요청의 순서, 국적, 또 다른 외적 요인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법원이 최종 인도국을 결정할 예정이며 어느 나라가 유리한지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와 한 전 대표(테라폼랩스 CFO)의 국적은 한국이다.

한미 사이에 ‘권도형 압송 경쟁’이 치열한 건 자국 사법 관할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자국 내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유리하단 판단 때문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지난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꼭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한국으로 데려와서 제대로 처벌해야 한국 피해자들이 우선 변제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추측이지만 미국도 그래서 데려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테라·루나 사건 피의자인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대표가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테라·루나 사건 피의자인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대표가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수사·재판 중인 다른 사건 관계인의 혐의 입증을 위해서도 주범격인 권 대표의 진술과 그가 소지한 물증 확보가 절실하다. 실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27일 공범인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필립 아지치 몬테네그로 내무장관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압수한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5대에서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분량의 정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누가 데려가든 한 국가에서 수사·재판을 받은 뒤 다른 국가에서도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임시인도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한 검찰 간부)는 견해도 있지만, 아직 권 대표 송환과 관련한 한미 수사당국 사이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고 한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 대표 등에 대해 위조여권 혐의로 현지 형사 절차를 진행 중인 데다 몬테네그로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권 대표 등의 구금 기간을 30일 연장한 탓에 어느 쪽으로든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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