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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50억클럽' 특검법 상정…檢, 박영수 압수수색 "200억 약정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 ‘50억 클럽’ 6명 중 한 명인 박영수(71)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를 압수수색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그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지분 또는 현금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측, 대장동 컨소시엄 개입하고 '200억 약속' 혐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30일 박 전 특검 자택을 특정경제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박 전 특검 측근으로 꼽히는 양재식(58) 전 특검보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양 전 특검보는 검사 시절부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던 박 전 특검과 함께 일했고, 퇴직 이후 2013년부터 박 전 특검이 대표였던 법무법인 강남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은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했던 우리은행 본점과 성남금융센터, 삼성기업영업본부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박 전 특검의 딸에 대해서도 강제수사 절차를 개시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회사인 화천대유에서 약 3년 근무하며 11억원을 빌리고,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일한 2014년, 민간업자 일당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을 꾸리려고 하는데 금융기관으로서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PF(Project Financing) 대출을 해주도록 해달라”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원가량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간 박 전 특검은 민간업자들로부터 50억원이 아니라 '50억원+α’를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검찰이 약 200억원으로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양 전 특검보는 박 전 특검 밑에 있는 실무자로서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 변호사가 '200억원 약정'을 먼저 요구한 뒤, 확답을 받은 뒤 박 전 특검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복수의 대장동 사업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약속한 뒷돈이 양 전 특검보 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양 전 특검보는 2015년 수원지검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수사를 할 당시 박 전 특검과 함께 남욱 변호사를 변호한 적 있다.

우리은행 넣고 부국증권 뺀 혐의… 자금흐름 추적

박 전 특검은 컨소시엄에 부국증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심도 받는다. 부국증권은 대장동 사업의 닮은꼴로 평가되는 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참여한 적 있고, 대장동 사업에도 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 등이 사업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을 우려해 박 전 특검에게 부국증권이 배제되게 부탁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이후 부국증권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리은행도 참여를 검토하다가 2014년 12월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다”는 내부 규정 등 때문에 발을 뺐다. 결국 남 변호사 등은 하나은행을 대표 금융사로 하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5년 3월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박 전 특검과 민간업자 일당 사이의 돈 거래가 주요 수사 대상이다. 이미 박 전 특검은 2015년 7월부터 특검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6년 11월까지 대장동 민간사업자의 핵심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의 외사촌인 이모씨는 화천대유 시행 아파트 사업에서 분양대행 용역을 독식하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수상한 돈거래를 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저로서는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중앙지검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 정 회계사의 내부 고발 녹취록에는 양 전 특검보를 끌어들인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 한 검찰 간부는 “50억 클럽 수사팀은 이번 달 들어 15일까지 검사를 총 4명 보강한 뒤 구체적인 혐의점을 포착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개발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특혜 및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있다. 뉴스1

2021년 10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개발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특혜 및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있다. 뉴스1

50억클럽 특검법 국회 법사위 상정에…한동훈 “진실규명 방해”

이날(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50억 클럽'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상정됐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선의가 있더라도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장관은 “특검은 검찰의 수사 능력, 의지, 인력이 부족한 경우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독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졌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단계에서 특검이 진행되는 경우 사실상 앞부분의 비리 본질을 밝히는 수사가 사실상 중단될 우려가 크다”라고 밝혔다. 앞서 대장동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을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국민이 수긍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 당일 본격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에 대해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정치 일정과 상관 없이 수사 타임 스케줄에 맞춰 증거와 법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수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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