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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티만 팔아도 구매전환율 90%.... 그 가게 마케팅 비결은? [퍼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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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퍼즐] 도쿄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By 시티호퍼스

드디어 3년여 만에 다시 도쿄로 떠날 수 있게 됐다. 도쿄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까? 퍼즐이 준비한 책 『퇴사준비생의 도쿄 2』에 그 힌트가 담겨 있다. 시티호퍼스와 함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아 지금 도쿄로 여행을 떠나 보자.


“왜 흰색 티셔츠 전문점은 없을까?”…고정관념을 깬 흰 티 편집숍

#FFFFFFT는 도쿄에 있는 흰색 티셔츠 편집숍이다. 이 낯설어 보이는 이름에 브랜드 콘셉트가 담겨 있다. RGB나 CMYK 외에도 16진수를 사용하는 색상 코드에서 #FFFFFF는 흰색을 의미한다. 마지막의 T는 티셔츠를 뜻한다. 그러니까 #FFFFFFT는 흰색 티셔츠를 파는 곳이다. #FFFFFFT 로 표기하고 브랜드 네임은 ‘시로티(シロティ·흰색 티)’라고 읽는다.

#FFFFFFT의 매장 입구. 제품은 물론, 문부터 벽까지 모두 흰색이다. 사진 시티호퍼스

#FFFFFFT의 매장 입구. 제품은 물론, 문부터 벽까지 모두 흰색이다. 사진 시티호퍼스

흰색 티셔츠는 크게 고민하거나, 스타일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기본 아이템이다. 하지만 #FFFFFFT에서 파는 티셔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기에는 가격이 남다르다. 평균 약 1만엔(약 10만원)이 넘는 수준이고, 비싼 티셔츠는 가볍게 1만 5000엔(약 15만원)이 넘는다.

흰색 티셔츠일 뿐인데 이렇게 비싼 이유는 태그에 숨어 있다. #FFFFFFT의 티셔츠는 브랜드가 전부 다르다. 아메리칸 어패럴, 제이크루 등 캐주얼 브랜드도 있지만, 대부분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니치 브랜드다. 매장이 보유한 티셔츠는 60여 종, 누적으로 약 300종을 판매했다. 취급 브랜드는 80개가 넘는다. 물론 전부 흰색 티셔츠다.

#FFFFFFT에서 판매하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흰색 티셔츠들. 사진 시티호퍼스

#FFFFFFT에서 판매하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흰색 티셔츠들. 사진 시티호퍼스

#1. 흰색은 무색이 아니라 당신에게 물드는 색

단순히 브랜드만 다른 것이 아니다. 문화이트, 베이지, 핑크 화이트 등 같은 흰색이라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 목 부분도 V넥, U넥, 라운드넥, 터틀넥 등 모양이 다르다. 원단에 따라 두께와 촉감이 천차만별인 건 물론이고, 소매와 밑단의 길이, 사이즈 핏 등에 따라 스타일도 다양하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니 나만의 취향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FFFFFFT는 어쩌다 이런 매장을 기획하게 된 걸까? 대표인 나츠메 타쿠야(夏目拓也)는 흰색 티셔츠 편집숍을 시작한 철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흰색 티셔츠에도 종류가 있다. 목 부분, 원단, 핏 등 각각의 요소가 모두 다르다. 사진 시티호퍼스

흰색 티셔츠에도 종류가 있다. 목 부분, 원단, 핏 등 각각의 요소가 모두 다르다. 사진 시티호퍼스

흰색은 무색이 아니에요. 당신에게 물드는 색이죠. 흰색은 개성이 없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개성을 끌어내는 색이죠. 흰색은 표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표정에 주목하게 만드는 색이죠. 흰색은 무난하지 않아요. 당신을 속이지 않는 색이죠. 컬러풀한 게 때로는 노이즈가 돼요. 깔끔한 인생은 흰색에서 시작되죠. 하얀 티셔츠를 입는 날, 그날이 가장 당신다운 날이에요.

                                                                                                     - #FFFFFFT 홈페이지에서 -

2016년부터 이처럼 흰색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흰색 티셔츠만 판매했다. 덕분에 세계 최초의 흰색 티셔츠 전문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많게는 하루에 200장 이상 판매하니 단순히 콘셉트만 뾰족한 매장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에 1,000장은 너끈히 팔겠지만, 400장을 넘기기도 어렵다. 영업일 수 때문이다.

#2. 불편함의 다른 이름은 특별함

매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연다. 토요일만 영업하다 고객의 요청으로 하루 늘렸다. 그렇다고 주중에 매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닫아 놓는다. 느지막이 오픈해 영업시간까지 짧다. 토요일은 12~19시까지, 일요일은 12~18시까지다. 일주일에 13시간만 영업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불규칙해 인스타그램에서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FFFFFFT의 흰 티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사진 시티호퍼스

#FFFFFFT의 흰 티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사진 시티호퍼스

체험형 쇼룸 아닐까? 요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경험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으로 유도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FFFFFFT도 그럴거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100%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가 이루어진다. 웹사이트에 실린 건 브랜드 소개와 매장 안내도가 전부다. 흰색 티셔츠를 사려면 직접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로스디(XD)와의 인터뷰에서 나츠메 타쿠야 대표는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조금 과장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객과 하얀 티셔츠와의 만남이 '디즈니랜드의 쇼나 어트랙션'처럼 바로 그날, 그 순간에만 맛볼 수 있는 체험이 되었으면 해서예요.

대표의 진정성은 매장에 가보면 이해할 수 있다. 영업일 수가 제한적이니 고객은 문 여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 4~5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은 공간에 직원이 2명이나 있다. 흰색 티셔츠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고객의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준다. 각자 ‘나만의 흰 티’를 찾을 수 있도록 입어보거나 구매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방문 고객의 90% 정도가 상품을 구매한다. 일반 의류 매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매 전환율이다.

#3. 흰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움

티셔츠를 보다 보면 태그에 ‘For #FFFFFFT’라고 적힌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가 #FFFFFFT를 위해 제작한 전용 한정판이다.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추가한 것이 아니다. 대표가 직접 색상, 소재, 디자인 등을 요청해서 제작된 #FFFFFFT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정한 한정판이다.

#FFFFFFT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티셔츠. 사진 시티호퍼스

#FFFFFFT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티셔츠. 사진 시티호퍼스

또 다른 한정판이 ‘2 Pack’ 시리즈다. 흰색 티셔츠는 기본 아이템이라 마음에 들면 2장씩 살 수 있도록 세트로 판매한다. 물론 #FFFFFFT 전용 상품이고, 가격 할인 혜택도 있다.

#FFFFFFT의 2 Pack 시리즈. 사진 시티호퍼스

#FFFFFFT의 2 Pack 시리즈. 사진 시티호퍼스

#FFFFFFT와 옥시크린이 협업해 출시한 티셔츠. 사진 #FFFFFFT

#FFFFFFT와 옥시크린이 협업해 출시한 티셔츠. 사진 #FFFFFFT

타업종의 브랜드와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2022년 5월에는 옥시크린과 한정판 티셔츠를 출시했다. 깔끔한 세정력을 자랑하는 옥시크린의 브랜드 이미지가 #FFFFFFT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서다. 패키지에 일회용 세제를 동봉해 옥시크린을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심지어 ‘흰색 티셔츠 전문 세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런칭 1주년을 기념해 1924년부터 세제를 만들어온 기무라 비누공업과 ‘#FFFFFFT for Laundry’를 공동 개발해 선보였다. 흰색 티셔츠는 특성상 땀과 먼지로 옷 색깔이 변하기 쉽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용 세제를 개발해 한정판으로 판매한 것이다.

물론 개인과도 협업에도 열심이다. #FFFFFFT/EISAKU는 제임스 딘처럼 일본에 흰 티와 청바지 붐을 일으킨 일본의 중년 배우 요시다 에이사쿠와 협업이다. ‘일본의 흰 티는 요시다 에이사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다. 이처럼 #FFFFFFT는 흰색 티셔츠를 콘셉트 삼아 크리에이티브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대표인 나츠메 타쿠야가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요시다 에이사쿠와 함께 만든 티셔츠. 사진 #FFFFFFT

요시다 에이사쿠와 함께 만든 티셔츠. 사진 #FFFFFFT

#4. 업의 본질만큼 중요한 색의 본질

왜 흰색 티셔츠 전문점이 없을까?

나츠메 타구야는 고등학생 때부터 패션에 깊이 빠져들었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아무렇지 않게 산, 그러나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흰색 티셔츠’에서 시작됐다. 그때부터 국내외 모든 종류의 흰색 티셔츠를 모으기 시작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흰색 티셔츠부터 몇천 원대의 PB 제품까지. 옷장이 흰색 티셔츠로 넘칠 때쯤, 흰색 티셔츠 전문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패션업계는 시즌마다 변화하는 트렌드와 니즈에 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흰색 티셔츠 하나만 가지고는 트렌드에 대응하며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패션 업계가 돌아가는 원리, 특히나 소매업체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나츠메 타구야는 오히려 패션과 무관한 업계에서 일했기에 고정관념을 탈피할 수 있었다.

흰색 티셔츠는 심플 (Simple)과 베이직(Basic)의 끝판왕이면서, 동시에 하얗기에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입는 사람의 개성이 직접 반영되죠.

나츠메 타쿠야가 그만의 흰색 티셔츠를 보는 관점이다. 그가 떠올린 흰색 티셔츠 편집숍을 패션 업계에서 상상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 업의 본질을 고려했을 때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는 업의 본질이 아니라 색의 본질로 접근하여흰색 티셔츠 편집숍도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패션 매장으로 만들 수 있었다. 색의 본질을 바탕으로 #FFFFFFT는 또 어떤 색을 입혀 나갈까? #FFFFFFT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2

퇴사준비생의 도쿄 2

『퇴사준비생의 도쿄 2』
 시티호퍼스 지음/ 트래블코드/ 1만8800원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 퇴사준비생이 된다'고 우리를 유혹했던『퇴사준비생의 도쿄』에 이은 6년 만의 후속작이다. 직관적인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퇴사준비생의 도쿄 2』는 올해는 꼭 창업하고자 마음먹은 당신을 위한 필독서다. 이 책은 와인병에 차를 담아 없던 시장을 연 티하우스, 업의 구조를 꿰뚫어 기발하게 원가를 낮춘 스시집, ‘향수 뽑기’를 시그니처로 삼아 시장의 허를 찌른 향수 편집숍 등 기존의 틀을 살짝 비틀어 새로워진 15곳의 브랜드를 깊이 있게 소개한다. 책을 통해 도쿄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도쿄는 역시 도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도쿄, 당신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트립에 이 책이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시티호퍼스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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