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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용강요 사건, 이제서야 전산화…'처벌강화' 개정 속도

중앙일보

입력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엑셀로 일일이 입력해야만 했던 채용절차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업무가 관련 법 시행 10년 만에 전산화된다.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법 개정 시기에 맞춰 채용강요 및 채용갑질 등 부정채용 행위를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으로 ‘공정채용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전략계획(ISP) 수립’ 사업 관련 용역 발주를 냈다고 29일 밝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14년 처음 시행된 채용절차법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채용강요나 거짓 채용광고 등 부정채용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채용절차법 위반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던 탓에 각 지방고용노동청은 엑셀을 통해 수기로 사건 신고 및 처리를 관리해왔다. 이미 근로감독관들이 업무에 사용하는 인트라넷인 ‘노사누리’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이는 산업재해나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사관계 사건에 국한돼 지원된다.

결국 전체적인 채용절차법 위반 현황을 파악하려면 각 지방청에서 일일이 수기 기록을 받아 취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도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보를 추출하고 취합하는 데만 해도 막대한 시간이 걸릴뿐더러 통계의 정확성도 재차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정보 관리가 어렵다 보니 사전 예방 및 지도 활동에도 한계가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의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노사누리 시스템

고용노동부 노사누리 시스템

뒤늦은 전산화에 나선 배경엔 채용절차법 위반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고용부가 기업 620개를 대상으로 채용절차법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법을 위반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례가 123건 적발됐다. 최근엔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특정 노동조합 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하는 사건도 주목받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고용부는 법 시행 이후 10년 만에 본격적인 전산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외부 용역을 통해 채용절차법 민원 업무 처리 및 통계 취합·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채용 관련 불법행위에 취약한 사업장의 정보도 체계적으로 제공받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업무 전산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시스템 구축은 정부가 추진하는 채용절차법 개정 작업과도 맞물려 있다. 채용강요 행위는 현행법상 최대 3000만원 과태료 처분까지만 가능하지만, 연내 발의되는 개정 채용절차법인 ‘공정채용법’(공정 채용에 관한 법률)엔 최대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형벌 조항이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벌 규정이 강화되는 만큼 사건 처리 과정도 체계화될 필요성이 커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입법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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