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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제명' 거론한 홍준표…TK 앞 갈린 해묵은 감정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19일 대구 수성구 TBC 대구방송에서 열린 '제8회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예비후보였던 김재원(왼쪽) 최고위원과 홍준표(가운데) 대구시장, 유영하(오른쪽) 변호사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19일 대구 수성구 TBC 대구방송에서 열린 '제8회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예비후보였던 김재원(왼쪽) 최고위원과 홍준표(가운데) 대구시장, 유영하(오른쪽) 변호사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와 김재원은 말 그대로 수유불상화(水油不相和·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 관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9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재원 최고위원의 사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홍 시장이 최근 김 최고위원의 극단적 행보에 대해 ‘벌구’, ‘제명’까지 거론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두 사람의 해묵은 감정 때문이란 설명이다.

홍 시장은 최근 김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및 “전광훈 목사 우파통일” 등 논란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 가장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12일 김 최고위원은 강성우파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반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홍 시장은 “경상도 사투리에 벌구라는 말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25일 김 최고위원이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열린 보수 한인단체 ‘북미주 자유민주주의 수호연합’ 주최 강연회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했다”고 하자, 홍 시장은 즉각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29일엔 김기현 대표를 겨냥해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 압박했다.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은 나이도 10살 차이인데다 친이계(홍준표)·친박계(김재원)로 계파도 달라 원래 큰 접점이 없는 관계였다.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 대표가 됐을 땐 18대 총선서 낙선한 김 최고위원을 법률자문단장직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이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비서관을 역임하며 ‘핵심친박’으로 활동하던 시절, 홍 시장은 경남지사로 중앙에서 멀어져 있었다.

지난해 4월 15일 대구 달서구 대구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대구시 신청사 주변 및 두류공원 발전 방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당시 대구시장 경선 경쟁관계였던 김재원(오른쪽) 최고위원이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공손한 자세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15일 대구 달서구 대구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대구시 신청사 주변 및 두류공원 발전 방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당시 대구시장 경선 경쟁관계였던 김재원(오른쪽) 최고위원이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공손한 자세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감정이 상하기 시작한 시점이 2016년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보고있다. 당시 홍 시장은 친박계를 ‘양박(양아치 친박)’이라 칭하며 호가호위하는 것을 비판했는데, 그때부터 상호 적대적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이던 김 최고위원이 음주상태로 추경심사를 한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대선에서 패한 뒤 중앙무대에서 물러나 있던 홍 시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결정일에 일식집에서 사케를 먹은 것과 비교하며 “비상시국에 낮술 먹은 거나 추경심사 도중 술이 만취된 거나 똑같다”며 “시중에서는 그놈이 그놈이라고 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 시장이 무소속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2021년 6월 국민의힘 복당 후 대선 경선에 나섰을 땐 김 최고위원은 가시돋친 말을 쏟아냈다. 2021년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한 김 최고위원은 홍 시장을 향해 “(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큰일난다”, “당선 가능성이 별로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은) 진박감별사로 박근혜 정권을 망친 사람”이라며 “이제 그만 정계에서 사라져줬으면 한다”고 반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0월 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제2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0월 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제2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의 신경전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곽상도 전 의원과 함께 대구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까지 내려놓고 대구시장에 출마했는데, 홍 시장이 갑작스럽게 대구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판이 뒤집혔다. 당시 후보토론회에서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에게 “깐족거리는 토론은 옳지 않다”고 말했고, 김 최고위원은 “왜 그렇게 모욕적으로 말씀하시는지 이해가지 않는다”며 서로 공공연히 감정을 드러냈다. 당내에선 김 최고위원이 경선 내내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전략을 편 것이 윤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홍 시장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우파 한인회인 '북미주자유민주주의수호연합' 주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우파 한인회인 '북미주자유민주주의수호연합' 주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게다가 내년 총선에서 김 최고위원이 대구 지역 출마를 저울질하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 입성 뒤인 지난 19일 지지자들과 함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며 지역 행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 최고위원의 극단적 발언이 실수가 아닌 TK 민심을 얻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당 관계자는 “대권주자인 홍 시장이 TK의 맹주를 노리는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는 눈엣가시일 것”이라며 “당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자극적인 신경전이 외부에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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