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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만료 앞둔 고리 2호기, 문 정부서 연장 절차 안 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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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리원전

고리원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청구서가 국내 세 번째 원전으로 날아들었다. 운영 연장 기한을 놓친 고리 2호기가 다음 달부터 2년여간 멈춰 서게 됐다. 저렴한 전력원으로 꼽히는 원전의 가동 중단 여파로 연 1조원을 훌쩍 넘는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983년부터 40년간 상업운전을 이어온 고리 2호기는 다음 달 8일 운영허가가 만료된다. 그다음 날부터는 법적으로 가동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8일 오후 10시쯤 원전 운영이 멈춰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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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없이 곧바로 재가동하려면 허가 만료 3~4년 전인 2019~2020년께 절차를 밟기 시작했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자체 평가·이사회 의결부터 설비 개선까지 계속 운전 준비에만 3년 반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고리 2호기의 운영 기간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계속 운전 신청을 미뤘다. 당시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상 수명 만료 2~5년 전에는 계속 운전을 신청하도록 규정됐다.

결국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해 4월에야 한수원이 뒤늦게 계속 운전 신청에 나섰다. 법정 기한을 훌쩍 넘긴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고리 2호기처럼 촉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 허가 만료 5~10년 전에 신청하는 것으로 시행령을 바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승인까지는 갈 길이 멀어 가동을 당분간 멈추게 됐다. 앞서 고리 1호기·월성 1호기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조기 영구 정지된 바 있다. 산업부는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 운전을 위한 절차 개시가 늦어져 고리 2호기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발전원이 멈추면서 경제적 부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650MW급인 고리 2호기에 지난해 원전 이용률(81.6%), ㎾h(킬로와트시)당 평균 정산단가(52.5원) 등을 대입해 보면 1년간 한수원의 전력 판매 손해액만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전기요금 안정 효과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가동하면 원전 가동 시보다 단가가 5배 정도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고공행진 중인 LNG 발전으로 전량 대체할 경우엔 연간 11억7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의 무역적자 절감 효과를 잃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부는 “원전이 멈추면 그만큼 발전용 연료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연 1조5000억원 정도의 연료비 부담을 더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고리 2호기 가동 중단에도 전력 수급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신한울 1호기가 운영을 시작했고, 신한울 2호기는 연내 완공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원전 정비 일정 조정, 출력 상향 등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응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원안위 심사·설비 개선 등을 거쳐 2025년 6월에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최대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지만, 심사 과정이 남은 만큼 시점은 유동적이다.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국내 원전의 운영 허가 만료 시점이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고리 3호기(2024년 9월 만료)·4호기(2025년 8월)는 지난해 9월 계속운전 신청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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