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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까지 치솟은 중도금 대출…“여보, 어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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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해 8월 경기도 고양시의 25평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장인 유모(38)씨는 다음 달 4차 중도금 대출금리를 안내받고 깜짝 놀랐다. 계약 당시만 해도 은행이 1차 중도금 대출금리를 연 4.2%로 공지했는데, 7개월 만에 연 5.7%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유씨가 입주할 때까지 내야 할 이자만 최소 3000만원대로 추정된다. 그는 “중도금 대출이자로만 중형차 한 대값이 나갈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훌쩍 높아진 중도금 대출이자 때문에 부담이 커졌다. 대출금리는 연 5~6%대가 기본이고, 매 회차 중도금 납부 때마다 금리가 오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내려앉는 등 가계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것과 반대다. 중도금 대출은 분양 계약자가 통상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을 건설사의 알선을 받아 금융기관에서 빌린다. 한꺼번에 같은 조건으로 대출받기 때문에 ‘집단대출’로 불린다.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9월에는 대형 건설사가 제1금융권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가 연 4% 정도였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엔 6% 안팎에 달한다. 사업성이 좋은 서울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2월 예비 당첨자 계약 등을 통해 완판된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와 중랑구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이 연 6%대 금리로 금융권과 대출 계약을 맺었다.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전용 84㎡를 계약한 40대 가장은 “중도금(약 5억7000만원) 대출 이자로만 5000만원 넘게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연 6%대 금리를 적용하면 2년 7개월 앞둔 입주 시점까지 납부 이자가 대략 5900만원으로 불어난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끈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연 4.82%로 그나마 낮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분양률 40%라면 제1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을 받았지만 지금은 최소 60%, 많게는 80%의 높은 분양률을 요구한다”며 “지방 사업장의 상당수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금리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중도금 대출금리로 연 6~8%를, 저축은행은 9~10%까지 요구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택 경기 하락, 미분양 증가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금리·분양률을 기준으로 대출해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중도금 대출금리는 매달 발표되는 코픽스(COFIX)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최근 은행은 단지의 사업성 등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가산금리를 올린다. 지방에선 ‘가산금리 연 4%대’가 흔하다.

최근 중도금 대출만 금리가 오르는 데는 신잔액 코픽스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코픽스는 크게 신규취급액·신잔액 기준으로 나뉘는데,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공시 전 한 달간 은행이 새로 취급한 수신 상품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 또는 하락분이 빠르게 반영된다. 반면 신잔액 코픽스는 전체 상품 잔액을 기준으로 해 금리 인상·인하 속도가 더디다.

실제 지난달 신규취급액 코픽스(3.53%)는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인 데 반해, 신잔액 코픽스(3.07%)는 연일 상승 중이다(은행연합회 조사).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라 금리 변동성이 작은 신잔액 코픽스를 택하는 사업장이 많다 보니 최근 금리 하락을 체감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중도금 대출 고금리의 후폭풍을 우려한다. 중도금 대출 연체율이 뛰고, 가뜩이나 침체한 지방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고금리 부담에 수요자가 계약을 접거나 대출 상환을 포기할 경우 부동산과 금융시장 전체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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