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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주미대사·6자회담대표 거친 미국통·북핵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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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실은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대사(왼쪽)를 내정했다. 지난해 6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장을 받은 조 대사가 김 실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대사(왼쪽)를 내정했다. 지난해 6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장을 받은 조 대사가 김 실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29일 신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영원한 외교관’ 조태용(외시 14회) 주미대사가 내정됐다. 지난해 6월 부임 후 9개월 만에 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조 대사에게 뜻밖에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조 신임 안보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부 장관 1순위 후보였다. 조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외교·안보 공약 전반을 짜고 대외 일정을 관리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서울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을 때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배석했던 사람도 조 실장이었다.

자연스레 윤석열 정부 첫 외교부 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박진 의원이 외교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의원 신분(비례대표)인 조 실장에게 주미대사를 제안했고, 그는 흔쾌히 수용했다. 지난 6월 신임장 수여식에서 윤 대통령은 “어려운 일을 맡아줘 감사하다. 그런데 의원직을 내려놔서 섭섭하지 않으냐”고 물었고, 조 신임 대사는 “조금 섭섭하다”고 농담을 던져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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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예상치 못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사태가 터지면서 운명은 또 한 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체 예정인 박 장관의 후임 외교부 장관 1순위였던 그를 비켜갔다.

‘미국통’인 조 실장은 주미대사직을 수행하면서 ‘발로 뛰는 대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의 공관장 활동 사항을 보면 조 대사가 부임한 후 소화한 면담, 세미나 참석, 오·만찬 등 공식 일정은 141건에 달한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 이후 한국산 전기차에 차별적인 조항이 담겨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그는 직접 미 정부와 의회, 지방을 돌며 한국의 입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조 실장은 ‘북핵통’이기도 하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하며 과거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북한이 지난 1년 동안 전례 없는 수위로 핵 위협을 높여가는 가운데 한·미 북핵 공조를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는 지난달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의 날 선 반응은 한·미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조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며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과 직접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이 그의 카운터파트였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외교·안보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조 실장이 대미 외교를 펼치기엔 여러모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조 실장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았는데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련을 맞았다. 2018년 1년 동안 일본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을 지내면서 절치부심했고, 21대 국회의원에 도전해 비례대표가 됐다.

조 실장은 외교부 내에서 온화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직원들에게 믿고 업무를 맡기는 스타일로 “전문은 항상 스스로 본 대로 쓰라”고 강조하곤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의전장을 지내 12년 만의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기에도 적임자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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