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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천만원대 도마뱀 연쇄절도 사건…CCTV엔 수상한 쇼핑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2023 희귀반려동물박람회'에서 관계자가 속눈썹 도마뱀에게 주사기를 이용해 먹이를 급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2023 희귀반려동물박람회'에서 관계자가 속눈썹 도마뱀에게 주사기를 이용해 먹이를 급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열린 반려동물 박람회에서 도마뱀 10여마리가 사라졌다는 신고 여러 건이 잇따라 경찰에 접수됐다. 사라진 도마뱀들의 총 분양가는 수천만원으로 추정된다.

29일 박람회 참가자들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2023 희귀반려동물 박람회’가 열린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세텍) 제3전시실에서 도마뱀을 도둑 맞았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확인된 피해자는 8명이며, 사라진 도마뱀은 주인들이 분양을 위해 데리고 나온 레드릴리 도마뱀·릴리화이트 도마뱀 등 10여마리다.

레드릴리 도마뱀의 경우 성체는 12~15㎝까지 자라지만 부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끼는 몸 길이가 2~3㎝ 정도다. 배와 등의 무늬나 색깔에 따라 분양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적게는 70~8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아 반려동물들 중에선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화이트릴리 도마뱀 역시 분양가가 수백만원에 달한다.

당시 박람회에는 업체나 개인이 차린 부스 70여곳에서 뱀·도마뱀 등 파충류와 조류, 관상어 등을 분양하거나 은신처·가습기·사료 등의 사육용품을 전시 및 판매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양일간 열린 박람회 관객은 총 1만 8000여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당일 행사가 끝나고 부스를 정리하던 중에야 도마뱀들이 사라진 걸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다행히 행사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도마뱀 절도 용의자로 의심되는 한 남성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열쇠고리·엽서 등의 기념품을 무료 증정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려 행사장이 붐비던 오후 12시쯤 푸른 상의를 입은 한 남성이 도마뱀이 들어있는 케이지를 통째로 쇼핑백에 넣고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경찰 역시 해당 영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범인을 잡아도 도마뱀은 되돌려 받지 못할 수 있어 피해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금액보다는 오랜 기간 애정을 가지고 키워 온 도마뱀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점이 더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레드릴리 도마뱀 ‘밍키’(7개월ㆍ수컷)를 잃어버린 A씨는 “어렵게 데려와 정성으로 기르던 어미의 마지막 새끼다. 어미가 산란 중에 문제가 있어서 일부가 탈락하고 1개 남은 알에서 밍키가 태어났다”며 “도둑 맞은 건 이미 되돌릴 수 없지만, 어디에서 잘 크고 있는지, 무사한지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2023 희귀반려동물박람회'에서 관계자가 도마뱀에게 주사기를 이용해 먹이를 급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2023 희귀반려동물박람회'에서 관계자가 도마뱀에게 주사기를 이용해 먹이를 급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레드릴리 도마뱀을 도둑맞은 B씨도 “차라리 물건을 훔쳐간 거였으면 이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것 같다. 좋은 엄마, 아빠를 찾아주려고 데려온 건데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데려가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C씨는 “반려 동물을 돈 때문에 데려갔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데려가서 예쁘게 키워라도 주면 모르겠는데, 동물을 함부로 취급하고 되팔이를 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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