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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질문 받은 정정미 "헌재 결정 그 자체로 존중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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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ㆍ야는 29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배상안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인사청문 대상자인 정정미(54·사법연수원 25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사이에 두고서다. 정 후보자는 “대법원 판결이나 대통령의 정책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와 입장이 다른 판결을 대법원이 내놓아 한일관계가 나빠진 것처럼 얘기하며 제3자 변제안 정당성의 근거를 대고 있는데, 이렇게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해도 되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이 사법부 판결을 위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판사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제3자 변제와 같은 외교적 결단이 대법원 판결과 모순되느냐”고 물었고, 정 후보자는 “대법원 판결은 채무자의 책임을 선언한 것이고 변제를 실현하는 과정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아리송한 답을 내놨다. 다만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어 ‘대법원 판결과 변제안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판결 그대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형두(58·19기) 후보자 청문회에 이어 여당 의원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에 대한 헌재 결정에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헌재는 지난 23일 “입법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재판관들이 헌법 수호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견해를 묻자, 정 후보자는 “양심을 버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또 “헌재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하고 그것이 법치주의”라며 “재판관들이 정치적 지향이나 (법원 내) 특정 연구회와 관련돼 경도된 의사에 따라 재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은 “(헌재 결정은)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셈인데, 얼마만큼 술을 마신 것으로 비유하겠느냐”고 묻고는 “맥주 한 잔이냐, 소주 반병이냐, 소주 한병이냐 했을 때 맥주 몇 잔에 비유할 만큼 가벼운 헌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자답했다.

2013년 대전지법 판사로 있으면서 경북 청도에 밭을 사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지자, 정 후보자는 “연로한 부모님이 딸 돈으로 자신들 명의의 밭을 사기가 미안해 제 명의로 산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부터 “하동 출신 부모님이 빈손으로 부산에 정착해 남포동에서 노점상을 하며 어려운 살림에 서울로 대학을 보내주셨다”며 가정사를 설명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제 제기를 이어가자 “실제 농사를 짓는 아버지께 소유권을 드렸으면 되는데 그냥 방치한 것이 커다란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가장 중요한 헌법 조항으로 제10조(인간 존엄과 가치)를 꼽았고, 성향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틀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난 뒤 변호사 개업을 하더라도 사익을 추구하는 일은 맡지 않겠느냐(조정훈 의원)”는 질문에 “약속한다”는 답을 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16일 퇴임하는 이석태(70·14기) 재판관의 후임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본회의 표결 없이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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