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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게임 만들며 포스텍 학점 딴다…IPO 노리는 시프트업의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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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과 포스텍(포항공대)가 29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 캠퍼스에서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오프 캠퍼스(Off Campus)'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시프트업]

시프트업과 포스텍(포항공대)가 29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 캠퍼스에서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오프 캠퍼스(Off Campus)'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시프트업]

중견 게임업체 시프트업이 포스텍(포항공대)과 함께 산학연계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기 중 국내외 대학, 기업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오프 캠퍼스(Off Campus)’ 제도다. 실적 악화와 인력 구조조정 등 불황의 그림자를 이겨내려는 게임업계가 우수 인력을 조기 영입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재산(IP)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무슨 일이야

시트프업은 29일 포스텍과 오프 캠퍼스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 학기동안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포스텍 학생에게 시프트업이 서울 역삼동 회사 사무실에서 게임개발 프로젝트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또 회사 내에서 포스텍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포스텍이 산학연계형 오프 캠퍼스 제도를 시행한 사례는 시프트업이 처음이다.

포스텍은 프로그램에 지원자 중 온라인 코딩 시험과 면접을 거쳐 최종 오프 캠퍼스 참가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정확한 선발 인원은 미정이지만, 각종 프로젝트 상황상 10명 안팎을 뽑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야

게임업계에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성공한 IP를 보유한 국내 게임사들은 도리어 인력 확보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넥슨게임즈는 지난 2일 올해 300명 규모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자, 게임 기획, 사업, 경영직군 등 전 분야에서 수시 채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2021년 출시한 하위 문화(서브컬쳐) 장르의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지난해 8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인 ‘히트2’ 신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또다른 신작 5개 제작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출시한 넥슨게임즈의 MMORPG 히트2. [사진 넥슨게임즈]

지난해 출시한 넥슨게임즈의 MMORPG 히트2. [사진 넥슨게임즈]

시프트업은 포스텍에 내건 인턴 모집 공고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턴 개발자에게 ‘월 300만원의 급여, 4성급 호텔 숙소’ 등을 제공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시프트업의 신작 ‘니케’의 흥행을 이어가려면 우수 인재를 빠르게 확봐해야했기 때문. 미국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는 지난해 11월초 출시된 지 한달 만에 전 세계 누적 매출 1억7000만 달러(약 2200억원)를 기록했다.시프트업은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에 새롭게 포함됐고, 연내 기업공개(IPO)도 추진중이다.

왜 중요해

한국 게임업계에서 흥행할 만한 ‘신규 IP’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이제 생존의 척도가 됐다. 업계가 내놓는 신작이라 해도, 상당수가 기존 잘나가던 IP를 재활용한 것이라는 소비자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 실제로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일명 3N이 출시한 대표작들 중 ‘리니지W(2021년·엔씨소프트)’, ‘히트2(2022년·넥슨게임즈)’, ‘세븐나이츠 레볼루션(2022년·넷마블)’ 모두 기존 IP를 끌어다 쓴 작품이다.

신규 IP 중 성공 사례도 드물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초 신규 IP인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 탓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어려웠고, 게임 실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최적화 기술’이 부족해 출시 초기 이용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말 출시한 신규 지식재산(IP)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의 일러스트.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이 지난해 말 출시한 신규 지식재산(IP)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의 일러스트. [사진 크래프톤]

게임사들은 새 IP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8년 인수한 개발사 넷게임즈가 내놓은 신규 IP(히트, 블루 아카이브)가 성공하자, 넥슨의 장수 캐시카우인 ‘서든어택’의 개발사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를 합병했다. 지난해 개발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출범한 배경이다. 기존 넷게임즈의 개발력에 기존의 캐시카우(서든어택)를 붙여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신규 IP 제작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국내 게임산업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의 수요는 계속 줄면서, 기존 대형 게임사들의 위기 의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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