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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세먼지에 포위됐다"…올봄 유독 뿌연 하늘,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 공원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 공원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달 들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3일에 하루꼴로 나타나는 등 봄이 되면서 하늘이 뿌연 날이 많아졌다.

29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으로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4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45㎍/㎥, 49㎍/㎥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태다.

봄의 불청객이라는 별명에 맞게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이달 들어 잦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24시간 평균치:35㎍/㎥)을 초과한 날이 열흘이다. 사흘에 하루꼴로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을 덮었다는 뜻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온라인상에는 “이제 마스크 좀 벗으려고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못 벗겠다” “오히려 실내에서 벗고 실외에서 써야 할 판”이라는 등 봄철 미세먼지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역대 가장 깨끗한 봄으로 불렸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서울의 3월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0㎍/㎥로 지난해 3월(21㎍/㎥)보다 43%가량 증가했다. 입자가 더 큰 미세먼지(PM10)의 경우 지난해보다 61%나 높은 66㎍/㎥를 기록했다. 도대체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제로 코로나 끝낸 중국, 대기오염 증가 

10일 중국 베이징이 모래 폭풍으로 인해 뿌옇게 변했다. AP=연합뉴스

10일 중국 베이징이 모래 폭풍으로 인해 뿌옇게 변했다. AP=연합뉴스

올봄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 때문이다. 수도권의 초미세먼지는 중국 등 국외 유입 기여도가 3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풀고 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은 물론 국내 대기오염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가량 증가했다. 류빙장 생태환경부 대기환경국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코로나 제로 규제를 폐기한 뒤 휘발유와 경유 소비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일부 지역의 산업 생산량 증가와 경제 성장 추구가 (대기오염) 배출량 증가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생태환경부는 북부 지역의 기온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따뜻한 기후도 오염이 해소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강력한 모래 폭풍이 자주 발생하면서 중국을 넘어 국내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이달에만 서울에서 황사가 6일이나 관측되기도 했다. 류 국장은 “중국 북부와 인접한 몽골 사막의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의 결과로 모래 폭풍의 수가 1960년대보다 4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정헌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대기질이 좋았던 건 중국에서 대기 오염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최근 중국의 환경 정책이 느슨해진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국내도 예전의 미세먼지 농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에 대기 정체…국내·외 미세먼지 쌓여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9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일대가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9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일대가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올봄에 따뜻한 날이 많아지면서 대기의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이 심해진 것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기온이 오르고 바람이 잘 불지 않다 보니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쌓이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을 기준으로 서울의 3월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6.1도)보다 3도 이상 높다. 풍속은 초속 2.4m로 평년(2.7m/s)보다 약하다.

28일부터 시작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국외 요인과 국내 요인이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28일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기 상층을 통해 유입됐고, 지표면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축적되면서 29일까지 뿌연 하늘이 이어졌다. 쉽게 말해 대기 하층의 국내 미세먼지와 상층의 중국발 미세먼지에 포위된 것이다. 윤종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총괄예보관은 “원래는 낮 동안에 연직확산(공기가 위아래로 순환)으로 대기 상층과 하층의 공기가 섞이면서 미세먼지가 해소되지만, 상층으로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덜 떨어지거나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까지 날씨가 따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0일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또 유입될 것으로 보여 고농도의 미세먼지는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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