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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없앤다” 불수능 진화 시그널일까…“물수능 속단 금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 EBS 수능특강 교재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 EBS 수능특강 교재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올해 수능 출제 기본 방향을 발표하며 ‘불수능’을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BS 교재와의 연계 체감율을 높이고,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도 출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수능에서 코로나19 세대가 체감하는 난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 수능 난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라고 했다.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전날(28일) 수능 기본 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고1·2 때 온라인 수업을 많이 받았던 점들을 감안했다”며 “학습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EBS)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EBS 연계, 심리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도”

문영주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영주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계 체감도를 높인다는 건 EBS 교재 내용과 수능 문항을 더 비슷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익숙한 지문이나 자료가 수능에 나오면 문제를 풀 때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0%로 유지하지만, 체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능 난이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연계 체감도를 높이면 수험생들이 ‘쉽게 느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EBS를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한 번 봤던 지문이나 그래픽이기 때문에 문항이 완전히 같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며 “EBS 교재로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에 EBS 공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제가 ‘쉽게 느껴지는 것’과 실제로 ‘쉬운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영역에서 아무래도 한 번 본 그림이나 도표가 나오면 심리적 안정감이 들고 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문항들을 활용한 문제가 꼭 쉬운 문제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킬러문항 없애면 중위권 학생 더 어려워져”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평가원은 불수능의 원인이 된 ‘킬러문항’을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문 본부장은 “킬러 문항내지는 초고난도 문항을 내지 않는 전제에서 수능 시험 결과가 대입전형 자료로 기능할 수 있는 변별력을 어느 정도 갖추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중위권 학생들의 수능 난이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킬러문항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1~2문제 존재했는데, 킬러문항이 사라진다면 그 대신 ‘킬러문항보단 쉽지만 일반문항보단 어려운’ 문제들이 더 많이 출제될 것”이라며 “아예 킬러문항은 ‘패스’하고 다른 문제에 집중했던 중위권 학생들 입장에서 체감 난이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민하 시대인재 입시평가이사도 “수능이 일정 점수 이상이면 통과시켜주는 시험이 아니고 변별력이 주요한 시험인데, 킬러문항 없다고 난이도가 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특히 요즘은 시간 내에 정확히 수능 문제를 푸는 게 관건이 된 만큼, 중위권 학생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국어 난이도 높아질 듯…물수능은 아닐것”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와 비교해 국어의 난이도가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평가원은 국어·수학 출제 난이도 간 균형을 맞추겠다고 했는데, 수학이 쉬워지기보단 국어가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학보다 11점 낮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높아지므로, 작년 수능은 국어에 비해 수학이 많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수능의 문제는 국어와 수학 영역 간 난이도 차이가 커서 발생한 것이어서 그 차이를 좁히겠다는 것이지, 지난해 수학이 ‘불수능’이었으니 올해는 쉬울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섣부른 예측”이라며 “난이도를 하향 조정해 맞추기보다 지난해 쉬웠던 국어의 난이도를 상향 조정해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국어는 지난해보다 어려워지고, 수학은 한두문제 쉬운 문항이 출제될 수는 있겠지만 변별력을 갖춰야 하는 수능이 쉬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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