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라 앤 크루(53)가 스카치 등을 파는 주류회사 디아지오의 CEO로 내정됐다고 28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스카치 위스키 조니 워커와 맥주 기네스 등을 만드는 세계적인 주류 회사 디아지오에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됐다. 미군 장교 출신인 데브라 앤 크루(53)다.
28일(현지시간) CNN 등은 "약 10년 동안 디아지오를 이끌었던 이반 메네제스가 오는 7월 은퇴하고, 그 뒤를 크루가 잇는다"고 보도했다. 크루는 2019년 비상임 이사로 디아지오에 합류한 뒤 이듬해부터 최대 타깃 시장인 북미권 국가의 판매를 총괄했다. 지난해 10월부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영국 더 타임스는 "크루가 COO에 내정됐을 때부터 CEO 자리를 승계할 신호란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디아지오가 판매하는 주류의 종류. 조니 워커, 기네스 스타우트 등이 있다. 사진 디아지오 홈페이지 캡처
FTSE 100(영국 런던국제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 중 여성 CEO가 임명된 건 크루가 10번째다. 디아지오는 위스키·보드카·데킬라 시장에서 순매출액 기준 전 세계 1위 기업으로, 2만 8000명의 직원을 두고 조니 워커, 기네스 스타우트, 스미노프 보드카 등 200개 이상의 술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주류 회사로 범위를 넓히면 맥주 회사 엔하이저부시 인베브, 중국 백주 제조사 의빈 우랑예, 증류주 업체 구이저우마오타이, 샴페인 모엣 등을 파는 LVMH에 이어 다섯 번째다. 배우 조지 클루니의 카사미고스 데킬라 브랜드 등을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주류의 대명사가 됐다.
크루의 임무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기존 충성 고객층을 붙잡는 일이다. 디아지오가 판매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현 CEO인 메네제스가 재임한 10년 동안 디아지오는 주류 고급화 전략으로 주가가 2배로 뛰었다"며 "크루는 맥주·와인에서 비싼 증류주로 바뀌는 주류 시장의 흐름을 잘 타고 안정적인 전략을 짤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브라 크루(맨 오른쪽)는 미 육군 장교로 4년 간 복무한 뒤 식료품·담배·공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사진 스탠리 블랙&데커 홈페이지
미국 덴버대와 시카고대 부스 전문경영대학원(MBA)에서 공부한 크루는 1993∼97년 미 육군에서 4년간 군사정보 장교로 복무하며 대위로 제대했다. 주류 회사에 몸담기 전엔 담배 회사 레이놀즈 아메리칸의 CEO로 일했다. 레이놀즈가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에 인수되면서 CEO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당시 경험은 디아지오가 전 세계 주류 규제망을 피하는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스에 따르면, 스코틀랜드는 최근 조니 워커 투어 등 주류 체험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인도도 주별로 술에 대한 규제가 정해져 있다. 타임스는 "크루는 레이놀즈에서 일하는 동안 연초 흡연자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문제 해결형 인물"이라고 평했다.
크루는 전역 후 커피·과자 등을 파는 '크래프트 푸즈'에서 7년 동안 일하고, 식품회사 네슬레의 자회사로 옮겨 마케팅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공구 기업 스탠리 블랙&데커, 콜라 업체 펩시 등에서 일했다. 2014~2017년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비즈니스인 50인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이력으로 볼 때 여성으로서 술 회사의 정점에 도달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