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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54조 아닌 185조였다...상상 초월한 'SVB 뱅크런 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은행권 불안을 촉발한 중소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직전 이틀간 고객들이 빼가려 한 예금 규모가 약 18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그동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 로고. EPA=연합뉴스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 로고.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기존에 알려진 9일 인출액 420억 달러(약 54조6000억원)에 더해 파산 당일인 10일에 10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인출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9∼10일 이틀간 인출 시도액 1420억 달러(약 185조원)는 지난해 말 기준 SVB 예치금 1750억 달러(약 228조억원)의 81%에 해당한다.

이같은 대규모 인출 시도가 가능했던 건 온라인을 통해 정보 전파가 빨라졌고, 모바일 뱅킹으로 자금 인출이 쉬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 부의장은 또 연준이 2021년 11월 이미 SVB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차대조표상의 문제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산 보유액이 1000억 달러(약 130조원) 이상인 은행을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강력히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VB를 인수한 중소은행 퍼스트시티즌스. 로이터=연합뉴스

SVB를 인수한 중소은행 퍼스트시티즌스. 로이터=연합뉴스

SVB를 인수한 중소은행 퍼스트시티즌스 주가는 전날 53.7% 치솟은 데 이어 이날도 장중 7.2% 가까이 급등, 신고가를 찍었다가 2.3%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연준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금융권 불안 고조가 은행들의 파산 때문이라면서, 금리보다는 거시건전성 규제 정책을 통해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계속하면 현재의 금융 불안을 억누를 수 있다고 본다”면서 “(금리 인상을 통한) 적절한 통화정책으로는 계속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하방 압력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SVB 파산을 지난 1년간 연준이 추진해온 초고속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라고 보면서 통화긴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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