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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원' 신한울 3·4호기 일감 본격화…원전 생태계 숨통

중앙일보

입력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 전경. 뉴스1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 전경. 뉴스1

'탈원전'이란 긴 터널을 지나온 원전 생태계에 숨통이 트일까.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2조9000억원 어치의 일감이 나오게 됐다. 원전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저금리 대출, 기자재 수출 등은 확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에서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 경북 울진에 지어질 이들 원전은 올 상반기 환경영향평가, 하반기 부지정지공사 등을 거쳐 내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완공 목표로 총 사업비만 11조원에 달한다. 당초 환경영향평가까지 끝내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에 2017년 말 건설 계획이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이날 체결식에선 발전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공급사인 두산에너빌리티 간 계약이 이뤄졌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기자재 제작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전에는 계약 검토부터 최종 체결까지 30~37개월가량 걸렸지만, 이번엔 조속한 일감 공급 등을 위해 준비 기간이 8개월로 대폭 줄었다.

향후 10년간 원전 기업 400여곳에 2조9000억원 규모의 일감이 공급될 전망이다. 특히 한수원은 사업 초기 3년간 절반 가까운 1조4000억원을 집행키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달까지 450억원의 일감을 선발주한 데 이어, 연내 2100억원의 추가 일감을 협력업체 등에 발주할 예정이다.

말라붙은 원전 생태계의 자금 길도 넓어진다. 산업부·산업은행·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가 공동 업무협약을 맺고 2000억원 규모의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추가 시행키로 했다. 오는 31일부터 1차분 500억원의 자금 대출이 시작되고, 8월엔 2차분 1500억원 대출이 진행된다. 앞서 지난해엔 4000억원 규모의 긴급금융자금이 지원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장 간담회 등에서 원전 기업들이 금융 애로를 많이 호소했다"고 밝혔다.

금융 지원의 핵심은 저금리와 신용대출이다. 산업은행 금리 우대와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 자금 예치를 통해 3~5%대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난 1월 원자력산업협회 조사에서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5~9%로 나온 것보다 낮은 이율이 책정됐다. 또한 대출 상품 설계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일 당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담보 한도를 소진한 기업이 많아서다. 대출 희망 기업이 담보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날 열린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에서 기자재 수출 활성화 방안도 발표했다. 한수원 등과 기자재 협력 업체가 손을 잡고 2027년까지 5조원 규모의 해외 기자재 수주를 추진키로 했다. 이는 원전 1기 건설비와 맞먹는 금액이다. 독자 수출이 가능한 중소기업 100곳도 적극 육성한다.

원전 기자재 수출은 2017~2021년 5억3000만 달러(143건)에 그치는 등 '걸음마' 단계다. 그마저도 공기업 수주 사업의 하도급 계약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 단독 수출은 전체 건수의 9% 수준에 그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부는 수출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집중 지원한다. 시장 조사부터 계약 성사까지 패키지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단품이나 운영·정비 서비스 등으로 수출 분야도 다변화한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원전 일감 본격화와 대출 지원 등으로 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이후 국내 프로젝트가 크게 없는 게 문제"라면서 "국내 원전의 계속운전이 이어지고, 미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진출이 활발히 추진돼야 안정적인 일감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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