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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세종문화회관’ 뒤집은 건 오세훈 아닌 공유재산법

중앙일보

입력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위치가 영등포구 문래동 구유지에서 관내 시유지인 여의도공원으로 변경된 결정적인 이유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법적인 사안 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부지를 당초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여의도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업의 열쇠를 쥔 서울시의 발표에 따라 당초 건립이 예정된 문래동의 일부 주민들과 지역 민주당의원들 사이에서 전‧현직 구청장과 시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역 민주당의원들은 반박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당초 계획대로 문래동에 건립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취재 결과 서울시의 건립 예정지 변경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제2세종문화회관은 영등포구에서 토지를 제공하고, 서울시에서  건립과 운영을 맡기로 한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2022년 1월 19일 ‘서울시 제1차 공유재산심의회’에서   ‘서남권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사업’에 대해 ‘토지 무상사용의 지속성   담보’를 조건으로 ‘조건부 적정’ 결정을 하며, 사업 추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서울시 공유재산심의회는 서울시 주요 재산의 취득과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기술사와 교수 등의 민간전문가와 관련 공무원으로 구성된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로, 사업 부서는 심의회 결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부지(구유지)의 반영구 무상사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용권을 확보한 후 사업을 추진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

심의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성북구 ‘서울창작연극지원센터’ 건립 사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창작연극지원센터도 2017년 당초 성북구에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서울시에서 건립과 운영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무상사용 갱신을 앞두고 당초 계획안과 달리 구유지 무상사용에 대한 지역의 요구 사항이 늘어나자, 결국 서울시에서는 사업의 정상적 추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토지 교환 방식으로 소유권을 추가로 확보한 후 건립 중에 있다.

서울시의회 역시 2022년 2월 11일 제305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과 관련해 “토지문제를 갖고 소송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하며, 토지 무상 사용의 담보를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토지 무상사용의 지속적 연장을 못 박기 위해 협약서를 통해 명시적으로 명문화 시킬 계획이다.”고 답했다.

이후 서울시 소유 영구시설물은 시유지에 축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구유지일 경우 교환이나 매입 등을 통해 소유권을 확보한 후 추진할 것을 강력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서울시 및 시의회 방침과 공유재산심의회 결정에 따라 2022년 2월 서울시는 토지 소유주인 영등포구에 ‘토지의 반영구적 무상사용 협약’을 요구하며, 협약서안을 보냈다.

영등포구는 관련 내용을 검토하던 중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무상사용은 최대 5년 동안 가능하나, 매 5년마다 유‧무상 여부를 다시 심의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반영구적인 토지의 무상사용 승인은   불가능한 점을 확인했다.

그래서 영등포구는 주민들에게 문래동 구유지의 반영구적 무상사용이 법적으로 불가능해 사업 추진이 곤란함을 알리는 한편 서울시와 대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도 구유지의 반영구적 무상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대안을 찾던 중 최종적으로 관내 더 넓은 시유지인 여의도공원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결국 2022년 1월 서울시 공유재산심의회의 ‘토지 무상사용의 지속성 담보’ 조건이 서울시와 영등포구 모두에게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향후 서울시는 2027년까지 여의도공원 내 당초 예정지보다 1.8배 큰  규모의 세계적 수준의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문래동 구유지에는 ‘구립 복합 문화시설’ 건립 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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