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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울린 답글 이젠 못본다…네이버 '지식인 할아버지'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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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지식인(iN)'에서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曺廣鉉)옹이 노환으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고 29일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 중앙포토

네이버 '지식인(iN)'에서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曺廣鉉)옹이 노환으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고 29일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 중앙포토

 네이버 '지식인(iN)'에서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曺廣鉉)옹이 노환으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광현옹이 27일 오후 10시쯤 서울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만).

조광현옹은 '녹야(綠野)'라는 아이디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네이버 '지식인(iN)'에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남겨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20년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04년부터 16년간 4만건이 넘는 답글을 달아 지식인 등급 중 최상위 두 번째인 '수호신' 등급에 올랐다"고 했다. 다음은 그가 지식인에서 활동한 내용이다.

▲ "아버지 재산이 얼만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명품가방도 선물해주고, 주위 사람들 말로는 아버지 재산이 몇백억원이래요. 이 정도면 아버지 잘 만난 건가요?"→"아버지는 잘 만나고 잘 못 만나고가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운명일 뿐입니다."

▲ "엄마가 브래지어 하지 말라는데 어떡하죠?"→"엄마 먼저 하나 사드리세요."

▲ "할아버지, 제가 요즘 공부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조언 좀 해주세요."→"나는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한테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내 얘기도 지루할 테니까요."

2020년 중앙일보와 인터뷰 당시 자신의 컴퓨터방에서 지식인 활동을 하고 있는 조광현옹. 채혜선 기자

2020년 중앙일보와 인터뷰 당시 자신의 컴퓨터방에서 지식인 활동을 하고 있는 조광현옹. 채혜선 기자

그는 2017년 2월 건강상의 이유로 지식인을 떠난다고 밝힌 이후 약 2년 만인 2019년 2월 복귀해 활동을 이어갔다.

인터뷰에 따르면 조광현옹은 오전 4~5시 눈을 떠 책상 앞에 앉아 자신에게 들어온 질문을 살펴보고 서툰 '독수리 타법'으로 답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나를 지정하는 질문엔 여유가 되면 다 답해주려고 한다"며 "일반 질문은 하루 20~30개씩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직접 조사해서 답변한다며 "이 나이가 돼도 모르는 건 알고 싶다. 내 공부하려고 사전도 찾아보고 조사한다. 궁금해져서 스스로 알아본 건 안 잊어먹는다. 지식은 이렇게 늘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면 초등학생이어도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내 선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1962∼1995년 서울 종로→신촌→홍대입구에서 영진치과를 운영했다.

1985년 제7회 치과의료문화상, 1994년 제2회 서울치과의사회 공로대상,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IN상을 받기도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30일 오전 6시 1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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