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라이브 커머스 황제 ‘리자치(李佳琦·Austin Li)’를 아시는가. 팔로어 1억7000만에 하루 매출 2조원을 올린 적 있는 중국 대표 ‘왕훙(網紅·인플루언서)’이다. 화려한 언변과 제스처로 떴다 하면 ‘완판’을 기록한다. 한국 제품의 경우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5분 만에 65만 봉 판매했다.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그는 어떻게 라이브 커머스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을까? 그의 성공 뒤엔 중국판 샌드박스로 통하는 이 회사 ‘메이원(美ONE)’의 활약이 숨어 있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화장품 판매사원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2010년대 중반, 중국에서는 SNS가 대중화되며 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왕훙’이 탄생했다. 동시에 이들의 소속사를 자처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MCN 회사는 콘텐트 유통, 플랫폼 관리, 광고 계약 중개 등을 맡으며 왕훙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했다. ‘메이원’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2014년 설립됐다.
발 빠른 기업들은 브랜드 홍보를 위해 ‘왕훙’ 모시기에 나섰다. 수백만·수천만 팔로어를 거느린 왕훙을 광고 모델로 세우고,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출연시켜 직접 물건을 판매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인기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청자를 모으긴 했으나 판촉 능력이 떨어져 실제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MCN 업계에서는 ‘왕훙의 판촉 능력 기르기’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메이원 창업자 치전보(戚振波)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왕훙의 판촉 능력을 기르는 데 애쓸 필요 없이 전문 세일즈맨을 왕훙으로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입담 좋은 세일즈맨은 라이브 커머스 방송 진행자로도 제격이었다.
이를 위해 메이원은 2016년 세계적인 뷰티 기업 로레알(L’Oréal)과 손을 잡는다. 마침 로레알도 감소하는 오프라인 매출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 판매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두 기업은 로레알의 뷰티 어드바이저(화장품 추천 및 판매, 매장관리 담당 직원)를 왕훙으로 만드는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로레알 뷰티 어드바이저 200명에게 라이브 커머스 교육을 하고, 타오바오 생방송(淘寶直播)에 실전 투입해 1등을 가리는 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