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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쇼 같다"...2001년생 이강인-오현규, 클린스만호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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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축구대표팀 이강인(왼쪽)의 날카로운 킥을 뒤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축구대표팀 이강인(왼쪽)의 날카로운 킥을 뒤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01년생 듀오 이강인(22·마요르카)과 오현규(22·셀틱FC)가 클린스만호 대세로 떠올랐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2로 졌다. 취임 기자회견 때 “1-0보다 4-3 승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베일을 벗은 클린스만호는 ‘공격 앞으로’ 스타일을 선보였다. 콜롬비아전을 포함해 2경기에서 4실점하며 수비 불안을 노출했지만, 시원시원하면서도 빠르고, 호쾌한 축구였다. 그 중심에는 이강인과 오현규가 있다.

콜롬비아전에서 교체로 나섰던 이강인은 우루과이전에선 선발로 출전했다. 오른쪽 측면에 선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상대 선수 3명을 앞에 두고 과감하게 드리블을 했다. 수차례 상대에 파울을 당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황금 왼발’이라 불리는 그는 오른발도 잘 쓰는 걸 보여줬다. 그동안 몸싸움이 약점으로 지적 받았지만 헤딩 경합에도 적극 참여했다. 다만 중앙에 배치돼 프리롤로 뛴 손흥민(토트넘)과 측면에 배치된 이강인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대표팀 오현규는 우루과이전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뉴스1

축구대표팀 오현규는 우루과이전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뉴스1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오현규는 잉글랜드 공격수 웨인 루니처럼 저돌적이었다. 후반 39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받은 오현규가 강력한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비디오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득점이 취소됐지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오현규는 황의조(서울)·조규성(전북)과의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가 이강인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파울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오현규는 다이렉트하다. 골을 넣고 싶어하는 배고픔이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강인이 핵심 중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첫 경기였다. 손흥민이 있으니 아직 에이스란 호칭은 그렇지만, 한국 축구에서 보지 못했던 '유니크(Unique·독특한)' 한 스타일임을 입증했다. 최전방에서 등지고 공을 받는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가 손흥민 파트너로 적합한데, 오현규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2007년 '날아라슛돌이'에 출연해 축구 천재로 주목을 받았던 이강인 선수. 사진 KBS N스포츠 방송 캡처

2007년 '날아라슛돌이'에 출연해 축구 천재로 주목을 받았던 이강인 선수. 사진 KBS N스포츠 방송 캡처

축구팬들은 이강인을 두고  “트루먼 쇼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강인은 6세 때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처럼 그의 성장 과정을 일거수일투족 생중계로 지켜보는 것처럼 재미있어한다.

열 살이던 2011년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한 이강인은 기존의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돌연변이’로 성장했다. 날카로운 왼발 킥, 탈압박, 창의적인 킬패스는 스페인 선수를 연상시킨다. 스페인어 억양으로 “~하먼(하면)”을 반복한다. 카타르월드컵에선 16강 확정 후 단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할 때 혼자 옆구르기를 하기도 했다. 여성 팬들은 ‘국민 남동생’이라며 그를 귀여워한다. 이강인은 우루과이전 후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는 만큼 어떤 포지션이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카타르월드컵 땐 등 번호조차 없는 27번째 예비선수였다. 클린스만호에서는 당당히 등 번호를 달고 뛴다. 2020년 일찌감치 군팀 상무를 다녀온 데 다, 카타르월드컵 이후 스코틀랜드 셀틱에 입단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현규는 “취소된 건 골이 아니다. 스트라이커 출신 클린스만 감독님께 더 많이 배워 경기 때마다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손흥민도 “현규가 다음의 멋진 골을 위해 세이브 해놨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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