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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해리 왕자 "왕실, 언론의 휴대전화 해킹 사실 내게 숨겼다"

중앙일보

입력

영국 해리 왕자가 28일(현지시간) 데일리 메일 측을 상대로 낸 소송의 심리를 지켜본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가 28일(현지시간) 데일리 메일 측을 상대로 낸 소송의 심리를 지켜본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가 자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된 사실을 왕실이 비밀로 했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까 두려워 일부러 숨겼다는 것이다.

해리 왕자는 28일(현지시간) 타블로이드지 데일리 메일 등의 모회사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서면으로 제출한 증인 성명을 통해 이처럼 말했다고 스카이뉴스와 더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그의 어머니 다이애나비가 사망한 이후 왕실의 정책에 따라 언론에 불평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부인 메건 마클과 관계가 시작되면서 언론에 대응하지 않는 방식이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18년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의 자회사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2000년대 중반 자신의 전화를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왕실은 자신을 회의에 초대하지 않는 등 쉬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9년 NGN을 고소했다. NGN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로, 대중지 더 선 등을 거느리고 있다.

해리 왕자는 왕실을 가족이 아니라 '기관'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한 뒤 "기관은 분명히 오랫동안 내게 NGN의 전화 해킹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최근 다른 변호인을 내세워 법률 조언을 받은 뒤 소송하고 나서야 그 점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은 왕실 구성원이 증인석에 앉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보고, 전화 해킹 사실을 숨겼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는 이번에 피소된 데일리 메일 측의 기자들과 사설탐정들이 자신의 전화를 도청하고 메시지를 해킹해 사람들에게 사적 정보를 누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고 ANL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 영향, 범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며 소를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내가 본 증거들은 ANL 기자들은 저널리즘적 힘을 가진 범죄자임을 보여준다"며 "국민은 은폐에 관해 모두 알아야 하며 이를 드러내는 것이 내 의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가수 엘튼 존 부부,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새디 프로스트 등과 함께 지난해 10월 도청 등 불법 정보수집 혐의로 ANL 측에 소를 제기했다. 해리 왕자는 4일간 열리는 첫 심리에 이틀 연속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한편, 엘튼 존은 데일리 메일 측이 자기 개인 의료 기록을 뒤지고 아들의 출생 증명서를 입수했다면서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했다.

ANL측은 원고들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원고들이 이 의혹에 관해 파악한 이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으므로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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