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로컬 프리즘

진해군항제 ‘공짜노동’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전국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공짜노동’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논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4년 만에 진해군항제가 정상적으로 열리면서 불거졌다.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군항제 기간(주말 4일·평일 6일)에 시 공무원 2241명(하루 220여명)이 동원되면서다.

이들 공무원은 축제 기간에 전반조(오전 9시~오후 6시), 후반조(오후 3시~오후 10시)로 나눠 원칙상 하루만 투입된다. 대부분 6급 이하로, 차량통제·주차관리·관광 안내·셔틀버스 운행 등을 한다. 불법 주정차나 노점상 단속도 업무다.

그동안 진해군항제에 공무원이 동원되는 것에 내부적으로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30대 공무원(MZ세대)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더 커진 형국이다.

26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 인근. 진해군항제 이틀째인 이날 전국에서 온 상춘객들이 만개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26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 인근. 진해군항제 이틀째인 이날 전국에서 온 상춘객들이 만개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실제 창원시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쥐어짤 줄만 알지 합당한 보상은 해줄 줄 모른다” “시간 뺏기고 돈은 제대로 안 챙겨주고 사무실 일은 누가 해주나”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여기서 ‘공짜노동’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공무원은 축제현장에서 하루 8시간을 일하지만 규정상 초과근무는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인정돼서 나머지 4시간은 ‘무임금 차출’ ‘공짜 노동’이라는 의미다.

창원시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창원시 한 간부 공무원은 “과거에는 수당도 특별휴가도 없어도 공무원이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공무원의 기본 중 기본인데 너무 이해 타산적으로만 접근하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창원시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올해 교통통제 등 시민과 마찰이 잦은 업무에 공무원 대신 전문인력 300명을 투입하고, 축제 동원 직원은 ‘특별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불만이 완전히 수그러든 건 아니다.

공무원 동원 논란은 창원뿐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은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공무원들의 사명감만 강조하며 ‘땜질식 처방’으로 이 문제를 넘겨온 탓은 아닐까.

전국 단위의 축제나 행사가 자신이 속한 자치단체에서 열릴 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공무원들이 봉사해야 하는 것은 굳이 ‘공무원 헌장’을 들먹일 필요가 없는 공무원의 기본자세다. 하지만 이런 축제나 행사로 인해 행정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이유로 일을 시키면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아 공복(空腹·빈속) 상태가 지속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자긍심과 사명감이 낮아지면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