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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빈 방미 앞두고 흔들리는 외교 라인, 무슨 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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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름 새 의전·외교비서관 교체, 안보실장 거취도 논란

설명 없어 암투설까지, 연쇄 외교 준비에 차질 없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한 난맥상이 나타나 우려스럽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이문희 외교비서관을 교체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엿새 앞두고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보름 새 정상 외교 일정을 챙기는 대통령실 외교 실무 핵심 라인에 잇따라 변동이 생긴 것이다.

비서관급 참모만이 아니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교체설도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어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음 달 국빈 방미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요 일정 관련 보고가 누락된 게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측이 윤 대통령의 방미 시점에 한류스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제때 보고되지 않아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책임을 물을 사유가 있었는지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진이 통째로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 같은 이상 기류가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연쇄 외교 일정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26일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나서고, 5월 11~13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교체된 이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방일에 동행하고 한·일 확대정상회담에도 배석했었다. 임기 초부터 관여한 실무자를 가장 중요한 방미에 임박해 제외하고, 방미 조율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김 실장의 교체설까지 나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대통령실이 내놓지 않으면서 억측과 괴담으로까지 번지는 지경이다. 대통령실은 이 전 비서관에 대해 “지난 1년간 격무에 시달렸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주변과 정치권에선 해외 일정과 관련해 부속실 측과 외교·안보 쪽 실무자 간에 빚어진 마찰이 잇따른 경질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급기야 내부 암투설도 터져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어제 “외교안보실 권력 투쟁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장악했다. 갈등 때문에 (김 실장이) 교체되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필요성이 있으면 대통령실이 교체 인사를 하는 것이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장 집중적인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에 배경도 확인되지 않은 채 갑자기 인사 소식만 전해지니 혼란이 커지는 것이다. 북핵 위협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발 외교·안보 현안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내부 대응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대통령실은 서둘러 수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