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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울리는 ‘티켓 싹쓸이 일당’ 잡은 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김광수 경위

김광수 경위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BTS·임영웅·나훈아 콘서트 등 유명 공연은 불과 몇 초 만에 표가 매진되면서 뜨는 ‘이선좌’ 메시지. 그 뒤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예매 사이트의 표를 ‘빛의 속도’로 사재기한 불법 티켓 매매 조직이 있었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김광수(35·사진) 경위는 최근 2017년부터 유명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티켓 2만2000여 장을 사재기한 뒤 되팔아 25억여원을 챙긴 일당 18명을 검거했다. 일당은 한 외국인 팬에게 16만5000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28배 가격인 449만원에 팔기도 했다고 한다. 티켓 예매 작업을 반복 수행하도록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계한 프로그래머, 사이트 계정 모집책·예매책·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김 경위는 28일 중앙일보에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대량의 예매 정보를 분석해 자동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형을 찾아내고 이들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일당을 모두 적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불법 티켓 판매 조직을 수사해 보니 티켓을 대량 구매하는 구매 조직과 그렇게 사재기한 티켓을 판매하는 여행사로 나뉘어 있었다. 겉보기에 정상적인 업체처럼 보이지만 주요 수익을 불법 티켓 판매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범죄 수익금 대부분을 수억 원대 스포츠카나 해외 명품을 사는 데 탕진했다고 한다. 골프 여행이나 해외 장기 체류 비용으로도 썼다. 경북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부당이익 25억4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을 했고, 자금 추적을 통해 이 중 14억5000만원을 추징했다.

김 경위는 6개월간 수사 끝에 팬심을 울린 조직을 일망타진한 공로로 지난 17일 경사에서 경위로 1계급 특진했다. 그는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매크로 프로그램도 순식간에 진화하는 만큼, 티켓 예매 사이트들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보안 시스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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