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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자녀 이상' 다자녀, 2세까지 입원비 0원… 尹정부 '0.78 쇼크' 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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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회)가 28일 2세 미만 아동 의료비 제로(0)화, 소득에 관계 없는 난임 시술비 지원,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15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7년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 직접 주재로 진행됐다. 민간 전문가와 정부 위원인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역대 최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에 대응해 윤 정부는 기존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란 방향을 제시했다.

2020년 12월 당시 정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의 목표로 ‘개인 삶의 질 향상’을 내세웠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목표"라고 자체 평가했다. 특히 그간 저출산 정책이 부처별로 내놓는 과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과 무관한 정책이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해 저출산 대응 과제 214개에 들어간 군무원·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 예산(978억원),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3025억원), 신진예술가·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83억원) 등이다.
위원회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응에 약 280조를 쏟아부었으나 정책 수요가 높은 임신·출산·돌봄 등 아동·가족에 대한 직접 지원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홍석철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전날(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처별 정책이 망라된 (4차) 저출산·고령사회의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과 관련도가 높은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해 선택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수요가 높은 정책은 키우고, 버릴 건 버리겠다는 뜻이다. 그는 “엄청난 저출산 예산이 쓰였다고 국민은 알고 있다. 위원회는 이런 정책을 재구조화하는데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부모에게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저출산 대응 5대 핵심 분야로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을 제시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공분양·아이돌봄서비스, 2자녀부터 '다자녀' 

위원회가 방점을 두는 건 일·육아 병행 지원이다. 먼저 가정 양육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 돌봄 서비스와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을 확대한다. 아이 돌봄 서비스 이용 가정을 현재 7만8000가구에서 3배 수준으로 늘린다. 아이돌보미 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영아종일제 돌봄 수당을 추가로 지원한다. 또 다자녀 기준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 으로 넓히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 민간 도우미 양성 체계를 국가제도로 도입하고 서비스 기관 등록제를 실시해 민간 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연 500곳 규모로 확충하고 인센티브·근무수당 지원으로 0세반 개설과 토요보육 확대를 유도한다.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도입한 부모급여(0세 월 70만원)를 내년 월 100만원(0세 기준)으로 확대한다. 자녀장려금 지급액이나 지급기준도 개선한다. 가족 친화적 세법개정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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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와 관련해 실태조사, 근로감독, 전담 신고센터 개설,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정보 공시 등을 도입해 실제로 제도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성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모성보호 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근로감독 강화 외에도 사업장 이행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사업주가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대체인력이나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대상과 기간, 급여도 늘어난다. 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할 수 있는 자녀의 연령 상한을 초등 2학년(만 8세)에서 6학년(만 12세)으로 높이고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36개월로, 통상임금 100% 지원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린다.
청년·신혼부부에게 분양주택,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자녀수에 따라 주거 면적을 다르게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7년까지 신혼부부에 공공분양(뉴:홈) 15만5000호, 공공임대 10만호, 민간분양 17만5000호 등 43만호를 공급한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 대출의 소득요건을 완화한다. 공공주택 중 공공분양의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해 혜택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2021년 신생아 26만명 가운데 8.1%는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난임 시술비 소득 기준 완화 등 지원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난자 냉동 시술에 대한 지원도 첫 도입된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가임력 보존 목적으로 냉동한 난자를 이후 임신·출산을 위해 사용한다면 보조생식술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세 미만 영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입원 의료비 제로(0)화 방안도 보고했다. 생후 24개월 미만 영아의 입원 진료 시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5%에서 0%로 줄이기로 했다. 또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생후 2년까지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아의 의료비를 지원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65세' 노인연령 상향 논의 착수

고령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본격화한다. 현재 만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당시 67.7세이던 기대수명은 2021년 83.6세로 늘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3.9%에서 16.6%로 급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노인연령 상향 조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건강·소득 수준 변화, 노인의 사회참여 욕구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노인 연령 기준을 다시 점검한다. 또 고령자 계속고용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계속 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한다. 올해 2분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회,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논의를 토대로 계속고용 로드맵을 연말까지 마련한다.

이번 대책과 관련 전문가들은 방향성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파격적인 대책이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노인 노인연령 상향 등 근본적 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선언적 의지 표현만 보여 진전된 후속 대책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수요자인 청년이나 젊은 부부들의 목소리가 실제로 반영됐는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민이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자녀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했을 때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질 텐데 그런 구조적 문제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질적 제고를 이야기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라면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종합적·장기적·구체적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측은 “저출산 대책의 최종안이 아닌 추진 계획”이라며 “이번 회의를 출발점으로 삼아 추가 과제를 발굴하고 기존 정책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4차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수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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