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수완박 공방 된 김형두 청문회…"황희정승이냐" 따지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주질의에서 가장 많은 의원들(9명)이 질문한 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한 닷새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다. 여당 의원들은 헌재가 해당 법이 유효하다고 한 것이 잘못됐다고, 야당 의원들은 헌재 결정에 대한 여당의 비판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이에 대해 김 후보자에게 동의해주길 재촉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위장 탈당하는 등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데 위헌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헌법재판관들이 양심을 저버린 것”이라며 “(입법이)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결정됐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답변을 피하려다 재차 같은 질문을 받자 “솔직한 생각은 여러가지 좀 우려스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다만 지난해 입법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자신이 검수완박에 대해 위헌성 우려를 표했단 해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당시 행정처에서 위헌 여부에 대해 학자들의 견해를 모았는데 권위있는 많은 학자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결과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대표가 헌재를 ‘정치재판소’‘유사정당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같은 당 이탄희 의원도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변 출신 재판관들의 ‘코드 판결’이라는 (국민의힘 측) 시각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선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가 기동민 의원으로부터 “황희 정승이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기 의원은 “곤혹스러운 처지는 인정하지만, 후보자님이 황희 정승이 아니신데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고 하는 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변제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면서도 “정부 방식이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고 고려하는 방식이냐(기 의원)”는 질문에는 “해법이 어렵다”고만 했다. “정부안은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것 아니냐(김남국 의원)”는 질문에 대해선 “판결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채무 변제의 방법에 대한 것이어서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요청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요청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김 후보자는 개인 신상 검증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부친의 투병 사실을 밝히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모친이 소유한 서울 송파구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준 의혹이 제기됐다. 박범계 의원은 이에 대해 “재테크의 마법”이라며 “어머니가 돈이 없어 빌려줬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지금 공시지가만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5억5000만원으로 시작해 10억8000만원까지 전세금을 받았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전주에 살고 있던 아버지가 희소병에 걸려 삼성병원 중환자실에 반 년간 계셨는데, 어느 정도 안정돼 전주 집으로 내려가겠다는 걸 제가 안 된다고 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삼성병원 옆에 있는 전셋집을 구하는데 그 돈이 들어갔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퇴임한 이선애 재판관의 후임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본회의 표결 없이 임명된다. 김 후보자가 이번에 임명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