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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수출국 1·3·4위 역성장했다…한국 버팀목은 IT 아닌 '굴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인천 연수구의 인천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지난 21일 인천 연수구의 인천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기약 없는 무역 한파가 이어지면서 주요 수출 대상국 20곳 가운데 8곳만 지난해 대비 '수출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들 실적이 버텨준 데엔 수출 주력인 정보기술(IT) 산업보다 '굴뚝 산업'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28일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2월 관세청의 국가별 수출입 통계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수출액 상위 20개국(지난달 기준)의 40%인 8곳만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늘었다. 헝가리가 1년 전보다 89.9% 급증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폴란드(31.3%), 호주(30%), 튀르키예(15.3%), 네덜란드(12.2%), 캐나다(6.2%), 인도(5%), 미국(4.7%)이 뒤를 이었다.

반면 나머지 12곳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찍었다. 전년 동기 대비 -53.1%를 기록한 대(對) 홍콩 수출액은 반 토막 났다. 대만(-36.3%), 중국(-27.7%) 등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수요 부진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5대 수출국 중에서 1위(중국), 3위(베트남), 4위(일본)가 역성장하면서 전체 수출액도 1년 전보다 12%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보릿고개에도 선방해준 국가들 뒤엔 석유화학·기계·자동차 같은 전통적 수출 품목이 있다. 자원 부국인 호주는 지난해 에너지 대란 속에 원자재 수출이 늘면서 호주 국내 경기 흐름이 훈풍을 탔다. 여기에 석유제품 공장 폐쇄 등의 여파로 석유화학 수입 수요가 늘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산 휘발유·경유 등의 수출이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2월 대 호주 석유제품 수출액은 15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넘게 늘었다. 경기와 밀접한 승용차 수출도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튀르키예·인도도 상대적으로 탄탄한 내수 덕에 플라스틱·철강·기계 등의 수출 상승세가 꾸준하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국가의 경기 흐름도 식지 않으면서 한국산 상품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IT 부문만큼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도로 향하는 전기·전자제품 수출은 1년 새 12% 넘게 줄었고, 호주도 같은 기간 23% 가까이 감소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내수가 괜찮은 나라들에서 원래 경쟁력이 높았던 국내 굴뚝 제품들로 버티는 게 최근 수출의 특징이다. 반면 코로나19 유행 당시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를 보였던 IT 제품 수요는 점차 떨어지고, 단가도 크게 내려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유럽권인 폴란드는 방산 수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헝가리는 현지에 진출해있는 SK온·삼성SDI 공장에 따른 배터리 무역 증가세가 뚜렷하다. 헝가리에선 자동차·의약품 수출 등도 크게 늘었다. 네덜란드는 자동차와 석유제품 수출 증가 폭이 컸다. 장상식 실장은 "유럽엔 전기차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가 뚜렷하다. 역내 이동 인구가 늘면서 항공유 수출 등도 호조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들 국가와 대척점에 있는 곳은 국내 기업의 IT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베트남이다. 올 들어 1년 전 수출액의 25.5%를 까먹었다. 내수용 소비재는 적고, IT 수출이 흔들리다 보니 빠르게 식은 글로벌 경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베트남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한 뒤 제3국으로 휴대전화·디스플레이 같은 완성품을 보내는 식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IT 거점인 중국도 어느덧 한국의 최대 적자국으로 바뀌었다. 2018년까진 연간 무역흑자 1위를 기록했지만, 올 1월 39억30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처음으로 적자 규모 1위가 됐다. 대 중국 수출 감소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무역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도 굳어질 위기다. 올 1~2월 국내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별 맞춤형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동차 부문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조선 업황도 호조라서 당분간 이들 수출은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에서 치고 올라오는 석유화학·철강 등은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협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 무역은 내수·자급형 구조로의 전환이 뚜렷하다. 한국 주력 품목의 대 중국 수출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정밀화학·고급소비재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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