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쓰는 사람도 '엄지 척'…애플페이가 부른 의외의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대전화가) 갤럭시라서 애플페이 도입에 별생각 없었는데, 아이폰 쓰던 회사 사람들이 애플페이 좀 써보겠다고 계속 자기들이 커피 삼. 애플페이 좋은 기능일지도.”(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 지 일주일째, 애플페이 효과를 경험한 이용자의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삼성페이를 사용한다는 사람도 애플페이의 ‘의외의 효과’를 느꼈다는 반응까지 올릴 정도다. 카드업계는 아직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지만, 간편결제 시장은 애플페이 출시가 삼성페이 등 여타 페이 서비스의 성장세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영향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애플페이에 유일하게 들어가 있는 현대카드는 카드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시장점유율(개인·법인 신용·체크카드 이용실적 기준) 1위는 17.4%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다. 2·3위는 KB국민(15.7%)·삼성카드(13.2%)였다. 현대카드는 12.4%로 4위였다. 신용카드 이용실적만 보면 1위 신한카드(17.9%), 2위 삼성카드(16.2%), 3위 현대카드(15.3%), 4위 KB국민카드(14.8%) 순이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지난해 회원 수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독점 출시한다는 소문이 급격하게 퍼지며 10~11월에는 신용카드 중 가장 많은 신규 개인 회원을 모으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카드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회원 수보다는 이용실적(결제금액)이 중요하다”면서도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현대카드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휴대전화 간편결제 성장에 긍정 영향

21일 서울 강남구 GS25 역삼홍인점에서 직원이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뉴스1

애플페이 출시 첫날 현대카드 등록이 100만건을 넘는 등 흥행 기록을 쓰고는 있지만, 카드 사용에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과 이용 가능 단말기가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애플이 현대카드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은 미국에서 애플페이 결제 한 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걷는다. 따라서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결국 소비자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많은 카드사가 애플페이 도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결국 애플페이의 출시는 카드업계보다 삼성페이를 비롯한 간편결제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예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내년 간편결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의 47.9%를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가 차지하고 있고, 삼성페이 등 휴대폰제조사가 25.3%, 페이북·신한플레이 등 금융회사가 26.8%를 점유했다. 애플페이가 점유율을 키우면 간편결제 시장에 확실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페이는 이미 국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페이와 제휴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원래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려면 휴대전화 등으로 QR코드를 찍어야 했지만, 이제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 방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온라인의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는 삼성페이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페이의 출시에도 삼성페이는 기존의 전국적인 오프라인 가맹점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네이버·카카오페이를 쓰던 아이폰 이용자가 애플페이로 넘어가는 효과가 발생하며 간편결제 시장 전반의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또 “당장은 애플페이 보급률이 30%에 미치지 못해 파급력이 크지 않겠지만, 삼성페이의 성장과 합쳐서 휴대전화 제조사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