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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한숨 돌리나…SVB사태 역설, 대출금리 줄줄이 떨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권 위기가 확산한 가운데 국내 은행 대출 금리가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금융 불안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및 미국의 긴축 정책 완화 기대감이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이 오르면 떨어진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대출 금리 인하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66~5.8%다. 지난 7일에는 연 4.66~6.43%였다. 20일 만에 최저금리가 1%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최고금리 수준도 6%대에서 5%대로 내려앉았다.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내림세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금융채 기준)는 27일 기준 연 3.48~5.1%로 집계됐다. 20일 전(4.33~5.73%)보다 최저금리가 0.85%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채 금리 하락이 대출 금리 인하를 이끌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신용등급 AAA기준)는 지난 27일 연 3.885%를 기록했다. 해당 금리는 이달 초 연 4.564%를 나타낸 이후 줄곧 4%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다 지난 20일 3.9%로 3%대에 진입 최근에는 3.8%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로 활용되고 있다. 전세담보대출의 준거 금리인 금융채 2년물 금리(신용등급 AAA기준) 역시 이달 2일 연 4.217%에서 지난 27일 연 3.677%로 내려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채권 금리 방향을 바꾼 건 SVB 파산으로 비롯된 은행권 위기다.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며 채권 가격도 뛴 것이다(채권 금리는 인하). 채권은 금 등과 함께 안전 자산으로 분류된다. SVB파산이 촉발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도 채권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SVB 사태 발생 후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긴축 폭을 줄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 불확실성 관련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Fed의 통화정책 긴축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라며 “이를 반영해 채권 등 시장 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대해 ‘서민의 고금리 고통을 분담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도 통하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을 방문하면, 은행은 금리 인하 조치로 화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 신한은행 지난 26일 “모든 가계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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