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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동맹' 외쳤는데…한ㆍ미 원자력고위급委 재가동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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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했던 '한ㆍ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 재가동이 1년 가까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원전 협력이 주요 의제로 꼽히지만, 양국 민간 업계 간 법적 분쟁 등으로 대표적인 소통 플랫폼의 출범부터 지연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경기 오산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서 2박 3일 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송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경기 오산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서 2박 3일 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송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HLBC 재가동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 일정과 관련돼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다만 한·미 양국은 고위급위원회를 포함해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을 긴밀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관 부처가 참여한 국장, 과장급 화상 실무회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HLBC 재가동은 한·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이다. 지난해 5월 한·미는 정상회담 주요 성과로 "HLBC를 활용한 원전 분야 협력 방안 구체화"를 명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세계 시장에서 한·미 원자력 기업 간 경쟁과 지적재산권 관련 이견 등으로 2018년 이후 HLBC가 개최되지 못했다"며 "조속한 HLBC 3차 회의 개최를 통해 원자력 제반 분야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이 '원전 동맹'으로도 확장했다는 게 당시 정부의 평가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HLBC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따라 설치된 양국 간 원전 관련 상설 협의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및 수출통제 협력, 핵안보 등 4개의 실무그룹을 두고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6년 4월 1차 회의, 2018년 8월 2차 회의가 외교부 2차관과 미 에너지부 부장관 간에 열렸지만, 2018년부터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본격화와 맞물려 2017년부터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양국 원전 업계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표적인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전력(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한국형 원전(APR-1400)의 지식재산권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초 지난해 하반기로 추진하던 HLBC 재가동도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40조 규모의 폴란드 신규 원전 수주를 앞두고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소송전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결국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원전 1단계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6월 방한한 미국 원전 기술 기업 웨스팅하우스(WEC)의 사장단과 각각 면담을 갖고 해외 원전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전력.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6월 방한한 미국 원전 기술 기업 웨스팅하우스(WEC)의 사장단과 각각 면담을 갖고 해외 원전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전력.

올해 초 들어 양측이 타협안 논의에 착수했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다만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소송을 오래 끄는 건 한·미 둘 다 죽는 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원전 시장을 다 가져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적 분쟁 관련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미의 해외 원전 건설 공동수주 및 양국 간 수출 협력 방안은 주요 의제로 재차 다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분야는 한·미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핵심 분야인 동시에 경쟁의 장이기도 한 만큼,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해외 원전 수출 관련 협력국인 동시에 최대 경쟁국이며, 원자력 기술은 국가 간에 기술 공유가 가장 까다로운 분야 중 하나"라며 "미국 원전 업체가 제기하는 지적재산권 문제는 앞으로 다른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양국 원전 협력을 본격화하기 전에 분명히 매듭을 짓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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