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술핵탄두 옆에 선 김정은…보란듯 일련번호까지 노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새로 개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면서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이 보유한 다종의 핵무기를 통합 운용하는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하면서 한·미에 대한 핵위협을 극대화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를 앞에두고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를 앞에두고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스1

핵무기 생산 거듭 독려한 김정은 

북한 관영 매체들은 28일 김정은이 전날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핵무기연구소로부터 당이 제시한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라 핵무력 강화를 위한 최근 사업현황과 생산실태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매체들은 김정은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관련 부문에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8기 6차)에서 핵무기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내놨다. 북한은 이날 보도를 통해 해당 사업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밝히면서 자신들의 전쟁억제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틀째인 지난해 12월 27일에 2023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틀째인 지난해 12월 27일에 2023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앞서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월 '북한의 핵탄두 수량 추계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우라늄 및 플루토늄 핵탄두 수량은 현재 80~90여 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고, 2030년에는 최대 166발까지 증가할 전망"이라며 "김정은이 참석한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대량 생산을 요구한 만큼 북한은 새로운 우라늄농축시설 건설 및 기존 농축시설 증설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북한은 핵역량 강화를 통해 적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한 뒤 "우리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다져나가는 사업에서 절대로 만족을 몰라야 하며 핵역량의 끊임없는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이 공세적인 태세를 갖출 때라야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우리 국권과 제도와 인민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속도전으로 핵무기 보유량 증대와 더불어 핵무기 실전 사용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내용이 과장되고 조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이 핵사용 가능성이 높은 통제 불능의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연구소로부터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방침에 따라 공화국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 년간의 사업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해 보고받았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산-31' 전술핵탄두와 신형 전술무기 앞에서 관련 간부들에게 보고를 받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연구소로부터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방침에 따라 공화국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 년간의 사업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해 보고받았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산-31' 전술핵탄두와 신형 전술무기 앞에서 관련 간부들에게 보고를 받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핵 종합관리체계 '핵방아쇠'도 최초 공개 

특히 북한은 김정은이 새로 개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시찰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을 분석해 보면 벽면에 위치한 패널에 '화산-31 장착 핵탄두들', '600㎜ 초대형방사포 핵탄두', '화성포-11ㅅ형 핵탄두', '화성포-11ㄴ형 핵탄두', '화살-2형 핵탄두' 등의 문구가 쓰인 것이 확인된다. 또 북한은 이날 공개한 사진에서 전술핵탄두의 일련번호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해당 무기들이 실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화산-31'은 전술미사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한 소형화·경량화·규격화한 핵탄두로 보인다"며 "과거 5차 핵실험 당시 공개한 핵기폭장치와 비교해도 상당히 소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핵방아쇠'로 명명된 핵종합관리체계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는 김정은의 명령을 핵공격 부대에 내려 보내 핵전쟁을 수행하도록 하는 지휘통제 체계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핵공격 암호 명령을 즉시 확인하고 전달하는 핵가방을 갖췄을 가능성도 있다.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새로운 전술 핵무기들의 기술적 제원 및 구조와 작용 특성, 각이한 무기체계들과의 호환성에 대해 요해(파악)했으며, 최근 진행된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에서 그 과학성과 믿음성, 안정성이 엄격히 검증된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핵방아쇠'의 정보화 기술상태를 요해(점검)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은 이에 대해 "핵무기연구소가 다각적인 작전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할 데 대한 당중앙의 전략적 구상과 기도에 맞게 우리의 핵무력을 임의의 핵긴급정황에도대처할 수 있는 믿음직한 역량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이바지한 진함없는 노력과 이룩해놓은 커다란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다종화된 핵무기를 특정 작전상황에 대응해 동시적으로 발사하는 통합운용 차원의 작전개념과 체계, 프로그램이 있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당국에 자신들의 전술핵 운용에 대한 신뢰성과 사용 가능성 등을 인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핵어뢰·핵습격 훈련도 감행

북한은 최근 진행하고 있는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지상·공중·수중 등 다양한 장소에서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다종의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북한은 이날도 핵무인수중 공격정인 '해일'의 모의폭발 시험사격과 핵 공중폭발 타격방식의 시험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3월25~27일 수중 전략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핵 무인수중공격정인 '해일-1형'이 기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3월25~27일 수중 전략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핵 무인수중공격정인 '해일-1형'이 기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국방과학원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수중전략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며 "25일 오후 원산만에서 시험에 투입된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1형'이 동해에 설정된 600㎞계선의 거리를 상정한 톱날 및 타원형 침로를 41시간 27분간 잠항해 27일 오전 예정 목표 수역인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에 도달했으며, 시험용 전투부가 정확히 수중 기폭됐다"고 밝혔다.

'해일-1형'은 북한이 지난 24일 처음 공개한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이는 러시아가 2019년부터 실전 배치했다고 주장한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Poseidon)'과 유사한 무기 체계로 강력한 쓰나미(해일)를 일으켜 적의 해안 시설이나 항공모함 등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또 전날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대해 "중부전선의 중요 화력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사일 부대에서 27일 관하구분대들을 중요 화력타격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시범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매체들은 미사일총국의 지도 아래 2발의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로 핵 공중폭발 타격방식의 교육시범사격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모의 핵탄두가 장착된 해당 미사일을 교육중대가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함경북도 김책시 앞 목표섬을 겨냥해 가상의 핵습격을 진행하면서 표적상공 500m에서 전투부를 공중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교육중대의 시범교육사격이라고 밝힌 것을 미루어볼 때 여러 부대에 배치하면서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술탄도미사일이 양산 및 실전배치 단계로 완전히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