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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어디든 얹어 쏜다…北 전술핵탄두 '화산31형'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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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28일 소형 전술핵탄두라고 주장하는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2016년과 2017년 북한이 각각 증폭핵분열 핵탄두와 수소탄 추정 핵탄두를 공개한 직후 5ㆍ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날 전술핵탄두의 공개가 7차 핵실험의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은 이날 핵탄두 실물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핵탄두의 명칭이 ‘화산-31’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소형 핵탄두의 실물과 명칭을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한 핵탄두는 직경 40~50㎝, 길이 90㎝ 가량으로 추정된다. 크기만 놓고 보면 북한이 주장해왔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 공개한 미러볼형(2016년 3월 공개)ㆍ장구형(2017년 9월 공개) 핵탄두의 크기를 줄여 작은 탄두 안에 장착하는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북한이 탄두 무게를 200㎏ 이하로 줄이는 데까지 성공했다면 해당 크기와 무게는 북한의 주장처럼 대형 장사정포 등을 통해 발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2016년 5차 핵실험을 앞두고 공개한 핵탄두.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공개한 탄두는 크가가 크고, 무게가 500~650kg으로 추정돼 소형화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노동신문

북한이 2016년 5차 핵실험을 앞두고 공개한 핵탄두.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공개한 탄두는 크가가 크고, 무게가 500~650kg으로 추정돼 소형화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노동신문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앞두고 공개한 '장구형' 핵탄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연합뉴스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앞두고 공개한 '장구형' 핵탄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과거 공개했던 미러볼과 장구형 핵탄두는 크기가 클 뿐 아니라 무게가 500~650㎏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대형 탄두를 발사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 연료 주입 등 발사 과정이 길고 무게에 따른 사거리의 제약 등을 받기 때문에 탐지와 요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작고 가벼운 탄두를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수 있게 되면 공격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고체연료 엔진일 경우 별도의 발사 준비 과정을 생략하고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 적고 탐지ㆍ요격이 어려운 수단을 통해 한반도 전역에 동시다발적 핵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산-31을 점검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뒤쪽에 8종의 투발 수단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그림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북한이 노출시킨 8종의 투발수단은 최근 도발에 등장했던 600㎜ 초대형방사포,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화살-2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KN-24, KN-25,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다. 이들 모두가 새 전술핵의 운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28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소형전술핵탄두의 실물을 공개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뒤편에는 전술핵탄두 '화성-31'을 초대형방사포 등 8개 투발수단에 탑재한 그림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28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소형전술핵탄두의 실물을 공개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뒤편에는 전술핵탄두 '화성-31'을 초대형방사포 등 8개 투발수단에 탑재한 그림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 조선중앙통신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은 5차 핵실험 당시 핵의 ‘표준화’를 언급했는데, 소형 탄두 역시 동일한 탄두를 단거리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수단에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날 공개한 탄두는 북한이 만들 수 있는 최소 사이즈 내폭평 핵탄두로, 폭발력은 최대 20㏏(킬로톤ㆍ1㏏는 TNT 1000t 폭발력)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과 맞먹는 파괴력이다. 북한이 핵탄두와 투발 수단을 동시에 노출한 것은 이러한 파괴력의 전술핵을 다양한 수단을 통해 남한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쏠 수 있다는 협박의 메시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중부전선의 중요 화력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사일 부대에서 3월27일 관하구분대들을 중요 화력타격 임무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시범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신문은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2발로 핵 공중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시범사격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중부전선의 중요 화력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사일 부대에서 3월27일 관하구분대들을 중요 화력타격 임무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시범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신문은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2발로 핵 공중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시범사격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1

실제 이날 공개된 핵탄두의 옆면엔 숫자 2로 시작되는 5자리의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그런데 공개된 10여개의 탄두에 적힌 일련번호는 연속된 숫자가 아니다. 또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를 개발하고 이를 검증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북한이 이미 다량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동시에 이날 전술핵탄두를 공개하며 전날 모의 탄두를 실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500m 상공에서 폭발시키고, 지난 25일부터 27일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수중 폭파 시험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미 전술핵을 사실상 실전 배치하고 핵공격 훈련에 돌입하는 모습을 북한이 보여준 것이다.

그간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진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SRBM 등에 탑재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을 거라고 추정해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얘기하는 전술유도무기 체계 몇 가지에 탑재 가능하다고는 보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에 대해 한ㆍ미가 분석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간부들이 몸체는 녹색, 앞부분은 붉은색으로 도색된 새로운 핵탄두 추정 물체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간부들이 몸체는 녹색, 앞부분은 붉은색으로 도색된 새로운 핵탄두 추정 물체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날 공개한 전술핵탄두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증명하기 위해선 7차 핵실험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2017년 핵탄두 공개 몇 시간 뒤 6차 핵실험을 벌였던 때와는 달리 현재까지 북한의 핵실험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과거처럼 핵도발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보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 때문에 당장 무모한 핵실험을 벌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대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가용한 모든 군사 수단을 동원해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당장은 긴 호흡으로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 가능성이 분명해지는 타이밍을 기다리며 국방력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전날 있었던 '종합전술훈련' 보도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곁에서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남성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붉은색 원)됐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전날 있었던 '종합전술훈련' 보도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곁에서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남성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붉은색 원)됐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북한은 이날도 전술핵탄두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도 핵탄두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핵심 인물 2명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가렸다. 북한은 지난 19일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때도 김정은 뒤에 서 있는 군복 차림으로 서 있던 인물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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