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중순까지가 새 아파트 입주 기한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아파트. 이 단지 전용면적 59㎡ 입주권이 지난 1월 11억원(6층)에 팔린 데 이어 3월 11억7000만원(13층)에 거래됐습니다. 길 건너 입주 5년 차인 ‘롯데캐슬에듀포레’ 전용 59㎡가 최근 11억8500만원에 계약된 점을 고려하면, 같은 동네에서 새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싸게 팔린 셈입니다.
주변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 사정 때문에 급하게 처분하거나 다른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 내놓은 물건들로, 입주장엔 이런 급매물이 꽤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 59㎡ 입주권 매물 호가는 12억원대입니다.
한때 ‘로또 아파트’로 통하던 새 아파트 입주권이 헐값에 팔리는 사례가 잇따릅니다. 부동산 시장 한파와 고금리 부담이 가시지 않은 탓입니다. 이는 부동산 투자에 밝은 이른바 ‘선수’들에겐 싼값에 집을 살 기회로 작용합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택 매수 심리가 회복되고,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속속 다가오면서 입주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입주 예정인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파인시티자이 아파트 전경. 사진 GS건설
로열층 물건 선점 가능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지어지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통상 정비사업의 9부 능선 격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물건을 뜻하고, 중개업소에서는 ‘조합원 물건’ 등으로 소개합니다. 입주권을 사면 조합원 자격이 그대로 승계됩니다. 일반분양 당첨자가 얻은 분양권과는 다릅니다.
둘 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권리를 갖는다는 점은 같지만 입주권은 ‘로열동·층·향’에 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분양에 앞서 조합원이 먼저 동·호수 신청과 추첨을 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입주권은 일반분양분보다 시세가 더 높게 형성됩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사비와 자재값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발코니 확장 같은 옵션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입주권의 매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입주권 시장 분위기는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느는 모습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0건이던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 건수는 11월 5건으로 소폭 늘었고, 12월과 올해 1월 각각 15건까지 증가했습니다. 지난 2월 거래 건수는 10건(27일 기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3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입주권을 사고팔기 자유로워진 덕분입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구역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됩니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도 한몫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