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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노선버스와 택시 장점 합쳤다…DRT가 요즘 주목받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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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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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버스를 활용한 DRT는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승하차 정류장을 선택하고 호출해 타고 내리는 방식이다. 사진은 지난해까지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운행된 DRT 서비스 '셔클'. [사진 현대자동차]

미니버스를 활용한 DRT는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승하차 정류장을 선택하고 호출해 타고 내리는 방식이다. 사진은 지난해까지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운행된 DRT 서비스 '셔클'. [사진 현대자동차]

 “교통불편 개선이 시급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등 즉시 확충 가능한 수단부터 신속히 투입해 불편을 최소화한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 들어있는 내용 중 하나다. 국토부는 DRT의 운영 범위도 현재 농어촌 지역으로 한정된 걸 신도시와 심야시간대 도심 등으로 넓히겠다고도 했다.

 농어촌 지역은 물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신도시의 교통 불편을 줄이고, 도심의 심야시간대 귀가 전쟁을 해소하기 위해 DRT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DRT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듯하다.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는 영어 뜻 그대로 승객 요청(수요)에 따라 운행 노선과 시간이 정해지는(응답) 교통수단이다. 시내버스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일정한 시간 간격을 정해 달리는 반면 DRT는 승객들의 호출을 받아서 그때그때 최적의 운행 노선을 구성해 운행하는 게 특징이다.

DRT 노선 운영 따른 분류. [자료 인천연구원]

DRT 노선 운영 따른 분류. [자료 인천연구원]

 굳이 따지자면 노선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쯤인 셈이다. 중대형 버스 대신 승용차와 택시, 승합차, 미니버스까지 다양한 차종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운영과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현 한국교통대 교수는 “DRT는 수요가 적어 고정적인 노선버스 운영이 어려운 지역에서 효율적이며 경영관리 측면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승객 입장에선 노선버스 역할을 대신하면서도 비용은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해외 여러 나라가 DRT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시가 국회 김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인천연구원의 「인천광역시 I-MOD 대중교통 정책화 연구」에 따르면 그리스·스페인 등 유럽과 호주, 미국, 일본 등에서 대중교통 수입감소 및 비용증가로 인한 비효율성 개선과 교통불편 지역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DRT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DRT 도입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등장한 건 2012년 충남 아산시가 내놓은 ‘마중택시’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버스 이용이 어려운 오지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도입한 ‘마중택시’는 흔히 '100원 택시'의 시초로도 불린다.

아산시가 운행하는 '마중택시'를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아산시]

아산시가 운행하는 '마중택시'를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아산시]

 전화로 요청하면 마을에서 일정 거리의 버스정류장까지 주민을 태워주고 탑승 인원에 상관없이 대당 100원의 요금만 받았기 때문이다. 정상 요금과의 차액은 아산시가 추후 택시회사에 지급하는 구조다. 마중택시에 호평이 이어지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부름택시, 섬김택시, 행복택시, 으뜸택시, 희망택시 등 다양한 명칭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즘엔 스마트폰의 해당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승·하차정류장을 선택해 호출하면 인근에 있는 DRT 차량(미니버스)이 자동 배차돼 승객을 태우는 방식으로까지 진화했다. 세종시·경기도 등의 ‘셔클’, 인천 지역의 ‘I-MOD(아이모드)’ 같은 여러 브랜드가 운행되고 있다.

 국내 DRT 사업은 크게 농촌형과 도시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당 지자체가 주관하는 농촌형 DRT는 전국 80여개 군에서 택시형과 버스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토부가 맡는 도시형 DRT는 2020년부터 민간운영업체에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세종시에서 운행 중인 DRT '셔클'은 성과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1

세종시에서 운행 중인 DRT '셔클'은 성과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1

 요즘 국토부는 한발 더 나아가 운행 범위를 대폭 확대한 광역DRT도 검토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수도권 외곽지역과 서울 도심을 잇는, 기존 광역버스의 대체 또는 보완재로서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에 참여 중인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광역 DRT는 택시요금은 너무 부담스럽고, 광역버스보다는 더 안락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층이 있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DRT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자칫하면 기존 버스보다 효율성은 떨어지면서 비용만 더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인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송도와 영종도에서 지난해 말까지 2년간 운행된 I-MOD는 월평균 1억 3000만~1억 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6인승 미니버스인 I-MOD 이용요금은 1800원이다.

 또 송도와 영종도, 계양, 검단 등 4곳에서 운영된 I-MOD의 시간당 재차 인원은 0.1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요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게다가 동일지역에서 하루 평균 80만명을 수송하는 노선버스에 인천시가 주는 지원금이 승객 1인당 연간 25만원가량인데 반해 일평균 673명을 운송하는 I-MOD에 대한 지원금은 승객 1인당 연간 594만원으로 버스보다 24배나 많았다.

인천시는 영종도와 송도에서 2년간 운영되던 'I-MOD'를 올해부터 중단했다. 연합뉴스

인천시는 영종도와 송도에서 2년간 운영되던 'I-MOD'를 올해부터 중단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올해부터 송도와 영종도의 I-MOD 운영을 중단하고, 계양과 검단만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송도와 영종 지역의 운영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데다 지난해 말로 시범사업이 종료돼 정부 지원도 끊겼기 때문에 차라리 해당 지역에 버스노선 신설과 증차 같은 별도 대책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DRT업체와 해당 지자체의 준비 상태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간대별로 차이가 큰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정작 승객이 필요할 때 제대로 배차가 안 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DRT가 급속도로 확대될 경우 기존 버스·택시업계와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개념적으로 DRT의 효용성이 일반적인 대중교통보다 높아야 한다”며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면 요금 적정성, 운영기술의 성숙도, 이용자 수용성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DRT 활성화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부족한 관련 법률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