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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모르는 해맑은 막내딸…4남매 못구한 아빠는 "미래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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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들을 잃었다. 내 미래를 잃었다.”

27일 경기 안산시 선부동 화재로 인해 자녀 4명을 잃은 나이지리아 국적 A씨(55)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비통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A씨는 아내 B(41)씨와 함께 고대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며 살아남은 막내딸은 B씨의 사촌 C씨가 돌보고 있다.

27일 경기 안산시 선부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나이지리아인 부부의 자녀 4명이 사망했다. 어머니가 막내딸을 앉고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방 창문이 보인다. 손성배 기자

27일 경기 안산시 선부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나이지리아인 부부의 자녀 4명이 사망했다. 어머니가 막내딸을 앉고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방 창문이 보인다. 손성배 기자

27일 화재는 모두가 잠들어 있던 새벽 3시경에 발생했다. 거실 겸 주방에서 자고 있던 A씨는 “현관문 근처 멀티탭에서 스파크가 튀는 모습을 봤다”며 “그 뒤 스파크가 불길로 번졌다”고 기억했다. 소방당국의 추정 원인과 같은 기억이다.

화재 이후 A씨 부부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던 B씨는 막내딸을 앉고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A씨는 “당시 연기가 자욱했지만, 집 구조를 알고 있어 계단을 통해 탈출했다”며 “이후 안방에 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창문을 깨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있는 이웃을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다”며 “이웃들과 남은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 부부 병실을 찾은 이들에 따르면 A씨 부부는 망연자실 상태다. A씨 부부 병실에서 막내딸을 돌보는 C씨는 중앙일보에 “A씨와 B씨 모두 많이 다쳤다”며 “아이를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에 매우 슬퍼한다”고 전했다. C씨는 이날 A씨 부부의 막내딸 코로나 검사를 위해 수납하려고 했으나 돈이 없어 안절부절했다. 코로나 검사비는 4200원이었다. 이에 고대안산병원 측은 “안산시, 구호단체 등과 A씨 부부의 치료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C씨와 함께 지낸 막내딸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A씨 부부의 4남매의 시신에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화재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 A씨 부부 자녀의 장례를 돕는 정정자 세계사랑교회 목사는 “자녀들의 장례식은 오늘 오후 6시 넘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 부부를 돕기 위한 대책위원회가 27일 결성됐다. 나이지리아 공동체 대표인 마이클씨와 박천응 안산다문화교회 목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박 목사는 “A씨 부부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가 많이 들고 장례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기금을 모아 A씨 부부를 돕고, 화재 책임에 대한 도움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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