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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연마다 '이선좌' 전쟁…표 싹쓸이한 그놈들 잡은 경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김광수 경위(가운데)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불법 매매를 한 조직을 검거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북경찰청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김광수 경위(가운데)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불법 매매를 한 조직을 검거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북경찰청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유명 가수 콘서트나 인기 스포츠 경기를 예매할 때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알림말이다. BTS나 임영웅·나훈아 콘서트처럼 티켓 예매 경쟁률이 높은 공연은 불과 몇 초 만에 표가 매진된다. 매우 빠르게 빈 좌석을 클릭하더라도 ‘이미 선택된 좌석’, 이른바 ‘이선좌’ 알림을 보게 된다.

아무리 빨리 클릭을 해도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공연 티켓. 과연 누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좌석을 싹쓸이해가는 걸까.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알림말. 일명 '이선좌'라고 불린다.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 캡쳐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알림말. 일명 '이선좌'라고 불린다.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 캡쳐

‘이선좌’ 원흉 매크로 프로그램…검거도 어려워
이런 가운데 티켓 불법 구매 조직을 일망타진한 경찰관이 있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김광수(35) 경위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량의 예매 정보를 분석하고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를 끈질기게 추적해 적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경위는 “불법 티켓 판매 조직을 수사해 보니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티켓 대량 구매를 하는 인공지능 개발업체와 그렇게 구매한 티켓을 판매하는 여행사로 이뤄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업체처럼 보이지만 주요 수익을 불법 티켓 판매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조직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각종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티켓 2만2000여 매를 불법으로 구매해 비싼 가격에 되팔아 약 25억원을 챙겼다. 외국인을 상대로 16만5000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28배 가격인 449만원에 팔기도 했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프로그래머와 티켓 사이트 계정 모집책·예매책·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9월부터 약 6개월간의 수사 끝에 조직원 18명을 검거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매 정보와 이를 통해 산 티켓이 배송된 주소 분석, IP주소 추적 등을 통해 수사에 집중한 결과 피의자를 순차적으로 검거할 수 있었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팀원들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광수·서명재 경위, 권택정 경장, 이상민 경사, 전아영·이현진 순경. 사진 경북경찰청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팀원들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광수·서명재 경위, 권택정 경장, 이상민 경사, 전아영·이현진 순경. 사진 경북경찰청

6개월 수사 끝 18명 검거…부당이익 대거 환수도
불법 티켓 판매 조직은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을 대부분 수억원대 스포츠카나 해외명품을 사는 데 탕진했다. 골프 여행이나 해외 장기 체류 비용으로도 썼다. 경북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들을 검거한 뒤 부당이익 25억4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을 했고, 자금 추적을 통해 14억5000만원을 추징했다.

김 경위 역시 2014년 경찰공무원에 임용되기 전 티켓 예매로 애를 먹은 적이 많다고 했다. 그는 “처가가 서울에 있다 보니 명절이 되면 열차표를 예매해야 하는 데 매번 실패했다”며 “당시만 해도 누가 순식간에 표를 싹쓸이해가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불법 판매조직 일망타진에 특진한 김광수 경위

그는 “인터넷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매크로 프로그램도 순식간에 진화하는 만큼, 티켓 예매 사이트들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보안 시스템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경찰에서도 보안을 뚫는 데 사용된 소스코드를 관련 업체들에 배포해 보안 시스템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김광수 경위(가운데)가 오금식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왼쪽), 서명재 팀장과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불법 매매를 한 조직을 검거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북경찰청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김광수 경위(가운데)가 오금식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왼쪽), 서명재 팀장과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불법 매매를 한 조직을 검거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북경찰청

티켓 불법 매매 조직을 일망타진한 공로로 김 경위는 지난 17일 경사에서 경위로 1계급 특진했다. 김 경위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장래희망으로 무조건 경찰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안동대 경제학과를 나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김 경위는 “경북경찰청 오금식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을 비롯한 여러 팀원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수사였다”며 “국민께서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특진시켜주신 것으로 알고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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