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아픈 아이는 성장통? ‘백혈병 명의’ 판단은 달랐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3.29

내 아이가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으면 부모 입장에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소아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치료 과정이 힘들긴 하나 나을 수 있고, 90%는 생존할 수 있습니다.

23년째 소아백혈병 환자를 진료해 온 정낙균(58)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말이다. 혈액암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정 교수는 소아혈액암 분야를 이끄는 대표 명의다. 러시아·중동 등 해외 환자들이 정 교수에게 치료받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한다.

정 교수는 “1970~80년대만 해도 백혈병은 걸리면 죽는 병으로 인식됐다. 백혈병이라고 말하면 치료도 하지 않고 집으로 데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는 비극적인 영화 소재로 백혈병이 쓰였다. 하지만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더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소아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기자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소아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기자

정 교수는 첫 진단 때 환자 부모에게 “엄마·아빠 탓이 아니다”란 말을 건네곤 한다. 정 교수는 “환자 부모가 ‘내가 백혈병 유전자를 물려줬나’ ‘좀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식으로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아버지를 따라 백혈병에 걸리는 아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 교수는 “소아백혈병의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으며 가족력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처음 부모님에게 병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모님 탓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부모의 우울감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거든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엄마·아빠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눈치채고 ‘나 큰일났나 보다’ 느끼는 거죠. 부모님이 힘을 내야 아이도 힘내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소아백혈병 국내에선 얼마나 발생하나
국내 소아암(0~14세)은 연간 1000명 가량 발생하고 그중 백혈병이 가장 많은 30%가량을 차지한다. 매년 약 300~35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생긴다. 소아백혈병은 급성·만성으로 구분되고 소아에서는 급성이 95%다. 소아는 급성이면서 림프모구백혈병이 약 70~75%이며 일부 급성골수성백혈병이 있다. 만성백혈병은 5% 미만이다.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많이 올라갔다
이제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지 불치병이 아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은 생존율이 90% 이상이며, 골수성백혈병은 60~70%다. 선진 의료국가에서 전체 소아백혈병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혈액암 진료로 이름난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고위험군 환자들이 많이 몰리지만, 이들을 포함한 전반적인 생존율을 상회한다. 병원 관계자는 정 교수팀을 ‘어벤져스’(히어로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명 병원 의료진 자녀가 소아백혈병에 걸려도 정 교수를 찾아온다”고 전했다.

The JoongAng Plus 전용 콘텐트입니다.

중앙 플러스 처음이라면, 첫 달 무료!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지금 시작해 보세요

지금 무료 체험 시작하기

보유하신 이용권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