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형광의 기묘한 능력…그 빛으로 암 쫓는 윤주영

  • 카드 발행 일시2023.03.29

형광(螢光)은 흔하다. 머리 위엔 형광등이 켜져 있고, 책상 위엔 형광펜이 놓여 있다. 콘서트장에서 흔드는 야광봉이나 경찰이 입는 조끼, 야광 시계에도 형광이 들어간다.

원리는 잘 모르지만 자주 쓰는 형광. 단지 아름다운 빛을 내기 위한 기술만이 아니다. 형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 나아가 암세포까지 찾아 치료까지 하려는 연구자가 있다. 바로 윤주영(59)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석좌교수다.

윤 교수는 2014년부터 9년 연속으로 HCR(Highly Cited Researchers)에 선정됐다. 글로벌 학술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선정하는 HCR은 각 분야에서 세계 상위 0.1%의 영향력을 가진 학자를 뜻한다. 2014년부터 HCR 리스트를 발표했으니 윤 교수는 첫해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0.1%의 석학으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정말로 대단한 게 없는 사람이라 사실 인터뷰를 거절하려고 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으레 건네는 겸손의 말이려니 생각했지만, 수시로 “너무 대단한 사람처럼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스스로를 낮췄지만, 9년간 세계 최고의 학자 중 하나로 꼽혀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과연 무엇이 자칭 ‘대단하지 않은 사람’을 세계 정상급의 석학으로 만들었을까.

원하는 물질만 형광으로 검출한다

흔하게 형광을 접하지만 원리는 잘 모릅니다.
모든 물질이 색을 갖는 것은 그 물질을 이루는 분자의 특성 때문이죠. 가시광선 삼원색은 빨강·초록·파랑인데, 만약 분자가 초록색을 흡수하고 나머지를 반사시키면 빨강·파랑이 섞인 자홍색으로 보이겠죠. 그런데 형광 물질은 에너지를 흡수한 뒤 자기 고유의 빛을 냅니다. 형광 분자는 힘이 넘치기 때문에 에너지를 받으면 원자가 ‘들뜬 상태(Excited state)’로 올라가고, 그다음 ‘바닥 상태’로 내려오면서 에너지를 내놓는데, 그걸 형광색으로 우리가 보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