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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달라진 물벼룩 움직임…물속 오염물질 종류까지 밝혀낸다

중앙일보

입력

물벼룩(Daphnia magna)의 현미경 사진 [위키피디아]

물벼룩(Daphnia magna)의 현미경 사진 [위키피디아]

강과 호수의 오염 여부를 감시하는 데 물벼룩을 사용이 도입된 것은 이미 오래됐다.
물벼룩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보고 오염물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신속하게 알아내는 방법이다.
그래도 어떤 오염물질이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별도의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물벼룩의 달라진 움직임으로 오염물질 종류까지 알아내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물벼룩 움직임을 화학물질별로 미리 만들어 둔 '물벼룩 운동성 지문'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사람의 지문 데이터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지문을 대조하는 작업과 같은 원리다.

중국 우한(武漢)에 있는 중국지구과학대학 연구팀은 최근 '환경 기술 과학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라는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물벼룩(Daphnia  magna)의 움직임을 '딥 러닝' 기법으로 분석, 오염물질 종류를 구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중금속·난연제·살충제 등 화학물질 39종을 투여하고 48시간 동안 물벼룩 움직임을 관찰했다.
16시간은 2000룩스의 조명을 비추고, 8시간은 조명을 없애는 24시간 주기에 맞춰 배양했다.

물벼룩 운동성 조사

물벼룩 운동성 조사

물벼룩 운동성 데이터 수집 과정. 판(plate)에는 48개의 작은 구멍(well)이 있고, 각 구멍에 물벼룩을 넣고 배양하면서 적외선 카메라로 물벼룩의 움직임을 촬영한다.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른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해 물질을 판별하는 모델의 기계 학습에 사용한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3. https://doi.org/10.1021/acs.estlett.3c00162]

물벼룩 운동성 데이터 수집 과정. 판(plate)에는 48개의 작은 구멍(well)이 있고, 각 구멍에 물벼룩을 넣고 배양하면서 적외선 카메라로 물벼룩의 움직임을 촬영한다.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른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해 물질을 판별하는 모델의 기계 학습에 사용한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3. https://doi.org/10.1021/acs.estlett.3c00162]

물벼룩은 화학물질별로 EC5 농도(집단의 5%가 반응을 나타내는 효과 농도)와 EC5 농도의 4분의 1 농도, EC5의 16분의 1 농도 등 세 가지 농도에 각각 노출했다.

연구팀은 비디오 녹화 방법으로 4가지 조건에서 물벼룩 운동성 데이터, 즉 이동 경로(track, 트랙) 데이터를 수집했다.

조명이 있는 조건에서 60초 운동 트랙에 대한 이미지 19만2263개, 어두운 조건에서 60초 운동 트랙 이미지 17만3306개, 조명이 있는 조건에서 120초 운동 트랙 이미지 16만1138개, 어두운 조건에서 120초 운동 트랙 이미지 15만512개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물벼룩 운동성을 판별하는 레스넷50(ResNet50) 모델을 학습시켰다.
인공지능(AI)이 수많은 데이터로 진행하는 기계 학습의 일종인 딥러닝(심층학습)에서도 알고리즘에 따라 학습하는데, 이 연구에서는 시각 이미지를 분석하는 인공 신경망인 컨볼류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통해 화학물질별로 고유한 '이동 추적 지문'을 개발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독성연구동 배양실에서 비커에서 자라는 물벼룩을 스포이트로 옮기고 있다. 폐수의 독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중앙포토]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독성연구동 배양실에서 비커에서 자라는 물벼룩을 스포이트로 옮기고 있다. 폐수의 독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중앙포토]

이 ResNet50 모델을 사용해 각 화학물질에 노출된 물벼룩의 움직임 자료와 확보된 '이동 추적 지문'을 비교한 결과, 조명이 있는 120초 운동 트랙의 경우 최대 81.3%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밝은 조건에서 얻은 데이터 세트가 어두운 조건에서 얻은 것보다 정확도가 더 높았는데, 이는 물벼룩이 빛이 있을 때 더 활동적이어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처음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도 향상 작업을 진행했고, 분류 정확도를 평균 87.3%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연구팀은 "화학물질 노출 농도가 EC5의 16분의 1인 경우 화학물질을 알아내는 정확도의 평균이 87%였고, EC5의 4분의 1 농도에서는 87.7%, EC5 노출 수준에서는 87%였다"며 "화학물질 노출 농도는 정확도와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물벼룩 운동 트랙을 적외선 카메라로 인식하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되면,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물벼룩으로 화학물질 종류를 확인하기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도 논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서로 다른 화학물질에도 물벼룩이 유사한 운동 패턴을 보이기도 하고, 여러 오염물질이 혼합된 경우에도 식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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