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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징용 비판 여론에…尹 "민심 반영을" 당·용산 핫라인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진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으로 응수하며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자 “기성 정치인 출신이라면 못했을 방법이다. 윤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중진 의원)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혹스러움도 읽힌다. 정부가 주 69시간제, 강제징용 해법 등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책을 다소 서둘러 발표하며 역풍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 20~24일)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6.0%로 3월 첫째 주(42.9%)보다 6.9%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같은 기간 44.3→37.9%로 동반 하락했다.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 지도부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큰 줄기를 보는 분이어서 판단이 빠르다”며 “다만 그 여파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환노위 간사에게도 사전 보고 안 된 주 69시간제 

정부가 앞서간 대표적인 사례가 주 69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근무시간 개편안이다. 현행 주 52시간 근무를 유연화해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이 안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여당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관련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뒤늦게 발표안을 접한 임 의원이 고용노동부에 전화로 항의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를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를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발언과 대통령실·정부의 해명이 꼬이며 혼선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주 69시간제 관련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 “주 60시간은 무리”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20일 브리핑에서  “주 60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다”고 말하며 혼란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21일 다시금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당 지도부가 뒤늦게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여론전을 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발표 3시간 전에야 보고받은 강제징용 해법

강제징용 해법도 당정간 소통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정부 발표 3시간 전인 지난 6일 오전 8시 여당 지도부를 만나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보고 했다. 여권 인사는 “너무 급박하게 발표돼 당의 입장이 반영되거나 사후 대책을 강구할 시간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일 감정을 감안한 여당 지도부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한·일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는 논평을 10건 내는 등 방어전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에 곤욕을 치렀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여당 외교통상위원에게 사전에 보고했다면 안을 좀 더 다듬고 사전 여론 정지작업도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난방비 폭탄’ 논란 당시 윤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논란을 빚었다. 일반적으로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 가구로 전체 가구 대비 비중은 61.1%(2021년 기준)에 달한다. 10가구 중 6가구에 난방비를 지원할 경우, 수조원대 예산이 드는데, 당시 정부 예비비는 1800억원이 전부였다. 정책위 관계자는 “아무리 짜내도 예산이 없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이에 최상목 경제수석이 “기초생활수급·차상위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산층 여론이 흔들렸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중대선거구제 도입” 발언에도 여권은 한동안 대통령 진의(眞意) 파악에 부심해야했다.

당-대통령실 정책 ‘핫라인’ 구축

이에 윤 대통령도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라.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당이 정책 입안에 직접 관여하도록 해 민심과 밀접한 정책을 최대한 면밀하게 짜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정 협의가 지금보다 훨씬 밀도 있고 신속하게 사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박대출 정책위의장 아래에 1명의 수석부의장과 3~4명의 부의장을 두기로 하고, 총 6명인 정책조정위원장에게 구체적 역할도 부여하기로 했다. 또 박대출 의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핫라인’을 구축해 수시로 협의하는 체계도 갖췄다.

국민의힘 핵심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보고받으면 이를 바로 당정 협의 안건으로 내려보내 충분히 당의 의견이 수렴되도록 논의 체계를 바꿨다”며 “국민 피부에 닿는 정책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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