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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인큐베이터' 오명 끝…돌아온 크루즈 관광, 항구 바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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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일 오후 인천항 부두에서 한국관광을 마친 승선객들이 크루즈 유로파2호에 다시 오르고 있다. 독일인 승선객 파트릭(51·사진)은 가족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홍콩으로 온 뒤 지난 10일부터 크루즈 관광을 시작했다. 인천 다음 기항지는 일본 고베다. 심석용 기자

19일 오후 인천항 부두에서 한국관광을 마친 승선객들이 크루즈 유로파2호에 다시 오르고 있다. 독일인 승선객 파트릭(51·사진)은 가족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홍콩으로 온 뒤 지난 10일부터 크루즈 관광을 시작했다. 인천 다음 기항지는 일본 고베다. 심석용 기자

지난 19일 오전 7시쯤 인천항 내항 제1부두. 닻을 내린 대형 크루즈 앞은 인파로 북적였다. 9일 전 홍콩에서 출항한 독일 국적 크루즈 유로파 2호(4만3000t급)가 오키나와, 나가사키를 거쳐 기항지(寄港地)인 인천항에 접안한 날이었다. 크루즈가 인천항에 들어선 건 2019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선박과 육지를 잇는 램프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배에서 내리는 외국인 승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하선한 승객 280여명은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 경복궁, 인천 월미도 등을 관광한 뒤 오후 5시쯤 크루즈에 올라 한국을 떠났다. 독일 베를린에서 온 파트릭(51)은 “아시아는 여러 번 왔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관광코스가 잘 짜여 있어서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국제 크루즈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한 국내 지자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외국인 크루즈 여행객의 국내 입국과 하선관광을 허용하면서 한국을 기항지로 삼는 크루즈 선사가 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제 크루즈가 부산 90회, 제주 50회, 인천 12회, 속초 6회, 여수 3회 등 올해 160여 차례 국내에 입항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코로나 인큐베이터’란 오명까지 떠안았던 지난해까지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을 통해 국제항과 연계한 한국관광 수요를 복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크루즈 5대 기항지(인천·제주·부산·속초·여수)의 유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천시는 플라이 앤 크루즈 상품개발에 주력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비행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인천항을 모항(母港)으로 크루즈 관광을 시작하는 상품이다. 모항 승객이 기항지 승객보다 지출이 4배 많은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중국 크루즈 관광이 재개할 경우에 대비해 청도북방크루즈관광발전연구센터 등과도 사전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일본 가고시마에서 출발한 초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t급)가 입항해 승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강정항에 국제크루즈선이 입항하는 것은 2019년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뉴스1

지난 1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일본 가고시마에서 출발한 초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t급)가 입항해 승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강정항에 국제크루즈선이 입항하는 것은 2019년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뉴스1

제주시는 지리적 접근성과 자연경관을 내세운다. 국토 최남단에 있는 제주는 크루즈 선사가 가장 선호하는 국내 기항지로 꼽힌다. 이번 달에만 크루즈 5척이 제주항에 입항했다. 지난 24일엔 북미 유럽권 승객 2600여명을 실은 네덜란드 국적 엠에스 웨스테르담호가 제주항에 입항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한림공원, 해녀박물관, 성산 일출봉 등을 관광했다.

부산시는 크루즈터미널 인근에 관광자원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부산은 2019년 방한한 일본·대만 크루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한국관광공사의 수요조사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한국 기항지로 꼽히기도 했다. 부산시는 지역 축제와 연계해 1박 이상 머무는 체류 형태의 기항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독일 국적의 크루즈 아마데아호가 지난 13일 오전 속초항에 입항하고 있다.   여행객이 탑승한 크루즈선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2020년 2월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입항 제한 조치 이후 3년여 만이다. 연합뉴스

독일 국적의 크루즈 아마데아호가 지난 13일 오전 속초항에 입항하고 있다. 여행객이 탑승한 크루즈선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2020년 2월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입항 제한 조치 이후 3년여 만이다. 연합뉴스

속초시는 설악산 트레킹, DMZ 평화관광 등으로 탐험 크루즈(Expedition ship) 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9년 5월 북미권 여행객 120여명이 크루즈로 속초항에 입항해 울산바위 트레킹을 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빠진 크루즈 항로에 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이어지자 독일 국적 크루즈 아마데아호는 지난 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하는 대신 속초항에 이틀 동안 정박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크루즈 선사들이 러시아 대신 한국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 만큼 속초의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중화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접근성 등 이유로 대만에서 선호가 높은 점에 착안한 조치다. 크루즈 유치 협의체를 통해 대만 크루즈 선사 등에 다도해 풍광, 엑스포와 같은 여수의 특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크루즈 관광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무너진 기반을 다시 쌓는 단계다”라며 “기항지별 특징을 살린 전략으로 크루즈의 국내 체류일수를 늘려가야 한다. 공항을 활용한 플라이 앤 크루즈 관광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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