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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몰린 '호텔 르완다' 영웅의 석방 소식...바이든도 "환영"

중앙일보

입력

영화 '호텔 르완다'의 모티프가 된 폴 루세사바기나가 반 정부 테러를 지원한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대통령의 사면으로 석방됐다고 25일(현지시간) BBC 등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영화 '호텔 르완다'의 모티프가 된 폴 루세사바기나가 반 정부 테러를 지원한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대통령의 사면으로 석방됐다고 25일(현지시간) BBC 등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영화 '호텔 르완다' 주인공 실존 인물이 자유의 몸이 됐다. 주인공은 폴 루세사바기나(68). 그는 최근 반(反) 정부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복역하던 중 석방됐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사면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환영 메시지를 낼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주목 받는 이슈다. 이를 계기로 수년간 계속됐던 미국과 우간다 간의 갈등도 완화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25일(현지시간) BBC 등은 "루세사바기나가 석방 뒤 카타르 도하를 거쳐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르완다 항소 법원이 1심의 징역 25년형을 유지하자, 루세사바기나는 카가메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그는 카가메 정부가 인권을 유린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복역 중 안면 마비 등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 선처를 구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해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루세사바기나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루세사바기나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AP=연합뉴스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민주변혁운동(MRCD)'의 무장 조직 '국민해방전선(FNL)'의 테러 활동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르완다 검찰은 그가 사실상 FNL을 창설하고 2018~2019년 테러 자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루세사바기나는 MRCD에 소속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FNL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MRCD와 FNL를 사실상 같은 조직이라고 보고 루세사바기나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미국에 머물던 그는 재판에도 나가지 않았지만, 2020년 8월 르완다 당국에 체포됐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미국에서 부룬디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가 중간에 납치 당했고, 고문 끝에 투옥됐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방 결정 직후 "루세사바기나가 돌아온 것을 열렬히 환영하는 가족들과 함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성명을 냈다. 앞서 미국은 그가 불리한 상태로 재판을 받고 불법 구금됐다고 르완다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카가메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루세사바기나를 직접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 간 긴장이 다소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배우 돈 치들이 루세사바기나 역할을 연기했다.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배우 돈 치들이 루세사바기나 역할을 연기했다.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 내전'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1994년, 자신이 지배인으로 있던 밀 콜린스 호텔에서 1268명의 사람을 구한 인물이다. 당시 르완다와 인접 국가 부룬디에선 다수파이자 피지배계급이었던 '후투족'과 소수파 지배계급 '투치족' 간의 전쟁이 30년 넘게 계속됐다. 94년 후투족의 군사 조직 인테라함웨 등은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 약 80만명을 살해하는 학살을 자행했는데, 이때 1268명이 루세사바기나가 있던 호텔에 숨어 목숨을 건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루세사바기나의 이야기는 98년 미국 기자 필립 고레비치의 책에 기록됐다. 책은 전미 도서 비평가상을 받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도 올랐지만, 그는 주목 받지 못했다. 이후 2004년 영화가 제작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5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은 루세사바기나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했다. AP=연합뉴스

2005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은 루세사바기나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했다. AP=연합뉴스

루세사바기나는 54년 르완다의 평범한 가정에서 9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그의 부모님이 내전으로 갈 곳을 잃은 이들에게 집을 내줘 집 밖에서 자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닌 뒤 목사가 되기로 결정한 그는 신학을 공부했지만, 성직자의 삶이 맞지 않았고 도시로 가 호텔에서 일했다. 94년 호텔에서의 사건을 겪은 뒤 벨기에로 망명해 브뤼셀에서 택시 기사로 10년 동안 일했다. 영화로 유명해진 뒤엔 대중 연설가로 활동했고, 2009년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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